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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커지면서 부동산 관련 민간자격증이 남발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과 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0년 10여개에 불과하던 부동산 관련 민간자격증은 현재 30개가 넘었다.
◇넘쳐나는 민간자격증 ‘피해 주의보’
넘쳐나는 민간자격증과 달리 정부가 인정하는 자격증은 거의 없다. 현재 국가가 만든 자격증은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주택관리사 등 3개뿐이다. 민간자격증 중에서도 주거복지사, 빌딩경영관리사 등 2개는 국가가 공인하는 자격증이다. 나머지 등록만 한 민간자격증은 자격을 취득해도 아무런 특전이 없다. 예를 들어 부동산 중개 행위는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소장은 주택관리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 반면 등록 민간자격증은 취득을 해도 공신력은 사실상 없다.
문제는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 기획부동산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토지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이택현 공인중개사(법인 정무E&A)는 얼마 전 한 통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가계약을 한 땅이 어떤지 봐달라는 의뢰인 전화였다. 이씨가 이 땅에 대해 알아본 결과 주변에 개발 계획이 아무것도 없고 호재가 있더라도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의뢰인에게 어디서 추천받았는지 물어보니 토지상담사와 부동산 자산관리사라는 사람한테 상담받았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공신력 없는 민간자격증 소지자에 혹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꼭 필요한 민간자격증, 국가 공인으로 승격해야”
학계와 업계에서는 부동산 민간자격증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부동산 임대업 및 관리업 시장이 커지면서 여러 민간자격증이 존재하고 있으나 공신력 있는 자격 제도가 없는 상황”이라며 “전문 인력 육성 차원에서라도 일부는 국가공인으로 승격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민간자격증은 직업 분류에 없는 분야까지 생기면서 어느 산업에 해당하는지 정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이 나오면서 직업 분류 체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민간자격증 분류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사업 때 집터와 향(向)을 배치하기 위한 필수 전문 수요로 떠오른 풍수지리사가 대표적이다. 기업의 풍수지리 관련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관련 대학들도 잇따라 교과목을 개설해 현재 등록된 관련 자격증만 32개나 된다. 하지만 국가 공인을 받은 자격증은 이 가운데 하나도 없다.
한국도 미국처럼 부동산 관리 분야 자격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금융 부동산학과)는 “미국은 부동산 산업 관련 자격제도를 해당 협회가 여러 분야로 나눠 운영·관리하고 있고, 일본은 맨션관리사라고 해서 임대주택 관리 분야 전문자격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바뀌는 부동산 산업 체계에 맞춰 공신력 있는 기관이 자격제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기획부동산
개발 가능성이 없는 대규모 토지를 매입한 뒤 일반인이 분양받기 쉬운 작은 크기로 분할해 고가에 매도하는 조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