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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인공지능]로봇이 일하면…일자리 500만개 사라진다

이지현 기자I 2016.03.16 06:00:00

WEF 자동화 등으로 선진국 내의 일자리 710만개 소멸
컴퓨터·공학·수학 등서 200만개 일자리 신규 창출
"산업 패러다임 변화..창의성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전환"

[이데일리 이성기 이지현 한정선 기자]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미래에는 인간을 대체할 수준까지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언론재단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과 관련, 지난달 19~22일 성인남녀 10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6%가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76.7%는 “앞으로 30년 안에 인간 일자리의 절반을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신노동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사무직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 AI가 불러올 4차 산업혁명…관리직군 타격

세계경제포럼(WEF)은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직업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로보틱스,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행정직과 화이트칼라 사무직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EF는 자동화 등으로 선진국 내의 일자리 710만개 가량이 사라지고 대신 전문 서비스 영역 등에서 200만개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일자리 500만개가 소멸한다. WEF는 이 중 66%가 사무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예측 분석분야 전문가들은 이미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홍콩 소재의 아이디아라는 금융 스타트업은 지난해 6월 AI로 운용되는 헤지펀드를 내놨다. 투자알고리즘과 장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테스트 시 연간 29% 평균 수익률을 달성했다. 실제 운용 첫날에는 미국 주식 투자로 2%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몸값 비싼 전문 펀드매니저 없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이다.

날씨 영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상청 등은 슈퍼컴퓨터를 통해 수집한 날씨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해 1개월 3개월 단위의 장기 전망을 하고 있다. 예보관의 역량에 따라 날씨 전망이 조금씩 달라진다. 확률 계산의 예보관의 경험치와 직관에 의존하다 보니 장기예보 정확도는 36%에 그친다.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탑재해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다면 사람이 맡던 예보, 해설 영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에 ‘감성 기능’까지 더해진다면 AI의 활용 폭은 더 넓어진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페퍼’는 출시 1분 만에 첫 판매분 1000대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는 주로 매장에서 호객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노인간병 등의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복지시설 입소자 개개인의 치매 진행정도 등을 반영해 게임이나 체조를 제공함으로서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복지업무 시스템에 접속해 행정업무를 지원할 수도 있다.

◇ 컴퓨터·공학·수학 등서 200만개 일자리 신규 창출

지난 30년간 제조업은 혁신을 거듭해왔고 이 과정에서 인건비 절감 노력과 함께 생산과정의 자동화 로봇화가 이뤄졌다. 위험업무에서 사람은 보다 안전해졌지만, 일자리도 잃었다. 앞으로 사람의 동작을 학습한 AI로봇이 출현한다면 이들을 조정하거나 수리하는 사람 외에 현장직 근로자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적용되면 1차로 데이터 수집해서 정리·분류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작성하는 사무직을 대체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알파고처럼 자가학습해서 계속 발전한다면 창의·창조적 분야까지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EF는 20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컴퓨터, 수학, 건축, 공학 관련 분야에서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AI의 알고리즘 설계 등에 필요한 전문가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0년까지 직업안정성이 높은 산업분야로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산업, 미디어, 오락 및 정보산업, 전문 서비스산업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대안모색에 주력할 것을 주문한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딥마인드 같은 인공지능은 인간이 생각해놓은 것을 배웠으니까 아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며 “앞으로 시험에서도 단순계산 문제 등이 아니라 기후변화나 물부족 해결책 등을 묻는 게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이 하루아침에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게 아니지만 인공지능 산업사회로 전환 과정에서 산업 패러다임에 부침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하는 일에 안주하기 보다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의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근로자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AI와 로봇 등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 할 것이고 일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며 “이 경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순히 두려움의 수준이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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