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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형식과 틀을 깼다.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록 음악처럼 서서 듣는 ‘스탠딩’ 공연부터 강남 클럽서 벌이는 클래식 연주회까지. 클래식 음악이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2004년 유럽발 다양한 시도들이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도 번지는 모양새다.
기존 공식을 허물고 대중화에 앞장 선 오케스트라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다. 서울시향은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2011년부터 매해 ‘강변음악회’를 개최해왔다. 연간 무료 음악회를 60회가량 여는가 하면 클래식 애호가들의 반응속도에 맞춰 변화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40년 된 창고 무대에서 스탠딩 클래식 연주회를 벌였다.
한 클래식 애호가는 “클래식은 더 이상 어렵기만 한 너무 먼 음악이 아니다”며 “클래식계 다양한 시도들이 보수 이미지를 벗고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낭보는 국내 클래식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클래식 음반 열풍에 이어 공연장을 찾는 관객 수도 많이 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무대와 관객 사이 1m…엄숙 깬 ‘서울시향’
제대로 된 음향 시설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 성수동 수제화 공장일대 대림창고 무대. 40년 된 창고에서 오케스트라 선율이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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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객은 “록 음악이 나올 것 같은 창고 같은 무대에서 클래식 연주를 듣고 있으니 뭔가 경계가 무너지는 것 같다”며 “연주에 맞춰 몸도 흔들고 뭔가 더 전율이 피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역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클래식 무대는 이번 처음 경험해본다”면서 “어렵게 느껴졌던 클래식을 좀더 편한 음악으로 접하게 된 동기가 된 것 같다”고 웃었다.
1970년대 정미소로 지어진 대림창고는 90년 이후 20여 년간 물건 보관 창고로 이용되다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간 패션 행사를 비롯해 전시회,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렸지만, 클래식 공연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는 단원 60여 명과 브루흐의 ‘로망스’와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차이콥스키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등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걸작을 들려줬다.
◇유럽발 ‘옐로우 라운지’ 젊은 애호가 잡다
클럽을 무대로 삼은 클래식 연주회도 있다. ‘옐로우 라운지’ 얘기다. 3년 만에 10번째 공연을 맞으며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원래 2004년 12월 독일의 베를린에서 시작된 클래식 음악 파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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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클럽 옥타곤에서 열 번째 무대가 펼쳐진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8)과 피아니스트 김정원(40·경희대 음대 교수)이 더블 캐스팅돼 클럽 무대에 선다.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옐로우 라운지는 클래식의 대중화와 관객 소통, 새로운 경험 제공을 위해 시작됐다”며 “클래식은 진지하고 조용하다는 편견을 깬 이번 무대는 최고의 연주자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음식물 섭취 돼요…1주년 된 ‘빵집콘서트’
정장에 구두, 격식을 갖춰야 했다. 음식물 섭취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모두 통한다. 첼리스트 예슬이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셋째주 월요일 오후 8시 열고 있는 ‘빵집 콘서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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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계자는 “관객 입장에선 가까이에서 연주자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함께 소통하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아티스트는 관객 거리가 매우 가까워 어느 공연장보다도 긴장감 있고 집중되기 때문에 보다 깊이 있는 음악과 연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는 일반 공연장과는 달리 빵집에서 열리는 만큼 맛있는 빵과 음료가 제공된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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