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엿보기]현대는 7단, 벤츠는 9단.. 자동변속기 다단화 '전쟁'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15.1㎞/ℓ→16.7㎞/ℓ.’

현대자동차(005380)가 지난달 25일 출시한 더 뉴 i40 디젤 세단은 연비가 이전 모델보다 최고 10.6% 늘었다. 엔진과 기능 변화와 함께 2개의 변속기가 맞물려 움직이는 7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적용한 덕분이다.

연비와 상품성을 높인 자동변속기의 다단화 경쟁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형 쏘나타 미국 모델(터보 1.6) 7단 DCT를 적용한 이후 국내에도 지난달 2015년형 엑센트 디젤을 시작으로 더 뉴 벨로스터·i30·i40를 연이어 출시했다. 연내 출시하는 신형 아반떼와 쏘나타 디젤에도 적용을 검토한다 .

7단 DCT가 적용된 현대 더 뉴 i40. 현대차 제공

DCT는 홀수·짝수 기어를 담당하는 클러치가 따로 있어 빠른 변속을 가능케 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년 벨로스터에 6단 DCT를 처음 적용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7단 DCT는 단수를 늘려 연비 효율을 높였다.

DCT는 원래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복잡한데다 다단화로 한층 정교함이 요구된다. 앞선 6단 DCT는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가 이번 7단 DCT는 현대다이모스가 개발했다.

르노삼성도 지난 2013년 SM5 TCE 가솔린 모델에 독일 게트락사 6단 DCT를 선보인 이래 지난해 SM5 D(디젤)와 QM3로 적용 모델을 확대해 연비 효율을 높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이미 대부분 차종에 듀얼 클러치 ‘DSG(Direct shift gearbox)’를 적용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포르쉐 911(PDK) 등에도 7단 듀얼 클러치가 적용됐다.

크라이슬러 8단 자동변속기 단면도.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중·대형세단을 중심으로 9단 변속기도 차례로 적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중·소형 모델은 6단 자동변속기 적용이 보통이었고 최근 수년 사이 대형 고급 모델에 한해 8단 변속기를 적용하는 추세였다.

지난달 27일 국내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220 블루텍은 E클래스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9G-TRONIC)가 적용됐다. 연비 성능은 물론 주행 때의 안락함과 역동성도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달 3일 국내 출시하는 크라이슬러의 중형 세단 200도 동급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다. 앞서 출시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나 크라이슬러 올 뉴 체로키 등에도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9단 자동변속기 개발 선두기업은 독일 변속기 전문회사 ZF다. ZF는 크라이슬러와 재규어·랜드로버, 상대적으로 신기술에 보수적인 일본 혼다자동차에도 공급했다. 벤츠 E클래스에 처음 적용한 9G트로닉은 벤츠가 자체 개발했다.

10단 변속기 시대도 머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폭스바겐, GM, 포드 세계 주요 자동차·변속기 회사는 대부분 9단에 이어 10단 변속기도 기술적으로는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회사는 상대적으로 변속기 다단화에 보수적인 편이다. 유럽 시장은 자동변속 모델보다 실연비가 30% 높은 수동변속 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프랑스 PSA그룹(푸조·시트로엥)은 자동변속 위주인 유럽 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MCP(푸조)와 EGS(시트로엥)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수동을 기반으로 하되 변속은 자동으로 해 주는 기술이다. 이른바 수동 기반 전자제어 변속기로 연비는 보통의 자동변속 모델보다 월등하다.

단 다단 변속기의 효율화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자동차 IT화도 이뤄지는 추세인 만큼 이들 회사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더 뉴 E220 블루텍. 벤츠코리아 제공

6단 수동 기반 전자제어 변속기 MCP를 적용한 푸조 2008. 한불모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