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대기업 하반기 대졸 공채가 본격 시작됐다. 10대 그룹은 지난해와 비슷한 인원을 뽑을 예정이지만 30대 그룹 전체로는 채용 규모가 줄어들 조짐이어서 대기업 취업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조원이 줄고 이 세수 감소분의 근 절반이 법인세에서 발생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대다수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나빠져 올해 고용여력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증권사 상당수가 하반기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기로 함에 따라 대기업으로 지원자가 몰리면서 입사 경쟁은 유례없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30개 공기업도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25% 이상 줄이기로 해 하반기 취업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정부는 65%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고용률을 2017년까지 70%로 높이기 위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경제 불황 속에서도 취업자수와 고용률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 취업자수는 줄고 대부분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이뤄지는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문제다. 지난 7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0.8%로 전년 동월 대비 1.5%포인트 하락해 감소세를 이어간 반면 50대 고용률은 73.8%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청년층 실업률은 8.3%로 전년 동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심각한 청년층 실업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유럽연합 27개 전체 회원국의 실업률은 10.9%이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4명당 1명꼴인 23.5%에 이른다. 미국은 16.1% 수준이다.
정부는 청년층 취업 확대를 위해 인턴제 도입, 취업 장려금 지급, 고졸채용 지원책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왔지만 대부분 한시적 효과에 그치고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은 채용 열쇠를 쥔 기업들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는 수출 주력 대기업의 신규채용이 해외 못지않게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국내 기업환경을 꾸준히 개선하는 한편 정부 중재 하에 노(勞)와 사(使)가 임금동결과 고용안정을 주고받은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