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승부조작, 엄한 처벌로 추방해야

논설 위원I 2013.03.13 07:00:00
프로농구 원주동부의 강동희 감독이 브로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주전 선수를 빼 일부러 지는 방식으로 승부조작한 혐의로 엊그제 검찰에 구속됐다.

강 감독은 허재 김유택과 함께 중앙대, 기아 등을 거치며 국내 농구의 최전성기를 이끌었고 지도자로서도 승승장구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인물이다. 당초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던 그의 몰락은 많은 팬들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안겨주며 프로농구계를 존폐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승부조작 혐의가 알려진 후 프로농구 경기당 관중수는 2000명에도 못미치고 있다.

한선교 한국농구연맹(KBL)총재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사죄한 뒤 “불관용의 원칙하에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승부조작의 빌미가 된 드래프트 제도부터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대책으로 무너진 농구판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에서 가장 치명적인 범죄행위다.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선수들의 정직한 땀이 빚어내는 ‘각본없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열광했던 승부가 이미 짜여진 각본이었다면 누가 경기장을 찾겠는가.

물론 프로선수나 감독들의 현실은 냉혹하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언제든 밀려날 수 있으며 현역에서 물러나면 생계수단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스포츠 경기결과를 둘러싼 불법 도박사이트들이 성행하면서 승부조작의 유혹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의 암(癌)같은 승부조작에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 2006년 이탈리아 프로축구의 명문구단 유벤투스는 심판을 매수해 승부조작한 게 발각돼 직전 두 시즌의 우승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2부리그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도 2011년 국가대표를 포함해 51명이 연루된 승부조작이 적발돼 대부분 영구 제명 당했다.

KBL도 제 살을 도려내는 수습안을 내놓아야 한다. 범죄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영구제명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져주기 경기’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초강수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도 승부조작이 드러난 경기단체에 대해서는 스포츠토토의 수익금 배정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지원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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