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뇌물·탈세 등 지하경제의 양성화에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총 135조원에 달하는 당선인의 복지 공약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의 하나로 지하경제에 대한 과세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25%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치욕적이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뿐아니라 공평한 과세나 부(富)의 재분배를 위해서라도 지하경제에 칼을 대는 것은 불가피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이 대부분 전산처리되고 신용카드 사용이 많아 소득 파악과 과세를 위한 데이터는 넘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지하경제가 판치고 있다는 것은 지하경제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나 과세 의지가 부족한 탓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01년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건당 2000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 거래 명세를 보고받아 들여다보고 있으나 이를 국세청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과세자료로 거의 활용되지 못해온 실정이다. 안타깝다 못해 한심스러운 일이다.
지난 2011년의 경우 FIU에 보고된 1000만원 이상 혐의 거래(불법자금이나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 32만 9463건중 국세청이 통보받은 것은 2.3%에 그쳤다. FIU도 인력 부족 탓에 한번 현금거래가 이루어진 뒤 나타나는 자금의 2차, 3차 거래를 추적하지 못하고 데이터를 그냥 폐기해왔다.
국세청이 FIU의 데이터를 통째로 넘겨받았다면 조금 더 추적해 과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해온 것이다. 금융위가 개인의 금융정보 보호를 위한다며 국세청에 FIU 데이터 제공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적인 금융정보를 보호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하경제 팽창을 묵과할 수 없다. 국세청이 자료를 모두 들여다본다면 “국세청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커진다”고 금융위가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견제와 시기로 비쳐진다. 국세청은 FIU의 자료를 더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때마침 국세청이 모든 FIU의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만큼 금융위도 이 법안 통과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