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FX마진거래시장..증권·선물사 잇따라 발빼

김경민 기자I 2012.11.02 07:06:10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외환(FX)마진거래시장이 생긴지 7년 만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정부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과 선물사 등 중계기관들이 잇따라 사업 철수를 밝히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 FX마진거래량은 180만568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8만7591건에 비해 거의 반 토막 난 수치다. 거래대금으로 보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올해 8월까지의 누적 거래대금은 2333억달러로 작년 4529억달러에 비해 48.5% 감소했다.

FX마진거래규모(출처:금융투자협회)
거래가 줄면서 돈벌이가 신통찮아 졌다고 판단한 증권사와 선물사들은 서둘러 발을 빼고 있다. 24개사였던 FX마진거래 서비스업체는 현재 17개사로 감소했다. 최근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우리선물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037620), 대우증권(006800), IBK투자증권, BS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서비스를 그만뒀다. 다른 증권사나 선물사들도 사업 축소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한 증권 관계자는 “FX마진거래는 24시간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야간 데스크도 따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거래가 대폭 줄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어 서비스를 그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FX마진거래 시장은 지난 2005년 선물거래법 시행령에서 ‘해외 장외마진 현물환’이라는 공식 이름으로 탄생했다. 두 나라의 통화를 동시에 교환하는 것으로 한 나라의 통화를 팔면서 다른 나라의 통화를 사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외국환 은행간 ‘그들만의 리그’였던 외환시장에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소액의 증거금만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과 레버리지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2009년 11월부터는 선물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마저 시장에 뛰어들며 개인들의 거래를 부추겼다.

그러나 높은 레버리지에 개인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금융당국은 FX마진거래가 투기 성향이 강해 투자자 위험이 크다고 판단, 2009년 최소증거금을 2%(2000달러)에서 5%(5000달러)로 올리는 등 FX마진거래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그 효과가 크지 않자 올해 초 대대적으로 다시 손을 봤다. 올 1분기 FX마진거래 개시증거금을 5%(5000달러)에서 10%(1만달러)로, 두 배 올린 것.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20배에서 10배로 낮아진 셈이다. 유지증거금도 3%(3000달러)에서 5%(5000달러)로 올려 진입장벽을 높였다.

우리선물 관계자는 “FX마진 거래는 개인 투자자 참여 비중이 높은 데 반해, 상품에 대한 위험 인식이 낮고 잦은 매매로 대부분 고객이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고객 보호와 감독 당국의 개인 투자자 보호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FX마진 거래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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