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러닝타임 110분이 순삭이다. 8비트 픽셀이 통통 튀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3D 세계가 펼쳐진다. 웃음과 액션, 뭉클함이 쉼 없이 이어지고,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엔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제대로 만든 K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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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전자오락수호대’는 게임 속 세상을 뒤에서 관리하는 비밀 조직의 에이스 요원 ‘패치’가 한물간 8비트 고전 게임 ‘용검 전설’로 좌천되면서 시작된다. 핵심 아이템인 용검은 사라지고,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던 게임에는 느닷없이 새로운 플레이어가 접속한다. 강제 종료 위기에 놓인 게임을 살리기 위해 패치는 어떻게든 엔딩까지 게임을 굴려야 한다.
설정부터 기발하지만 진짜 재미는 그다음부터다. 8비트 픽셀 게임과 고해상도 3D 콘솔 게임이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섞인다. 일부러 투박하게 만든 픽셀 캐릭터와 화려하게 뻗어나가는 배경이 맞부딪힐 때마다 묘한 쾌감이 터진다. ‘레드슈즈’, ‘퇴마록’을 만든 로커스답게 기술력은 탄탄하고,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에 참여한 엄영식 감독은 각 게임 세계의 질감을 다르게 설계해 보는 맛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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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의외로 현실적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잘나가던 패치가 하루아침에 밀려나고, 아무도 관심 없는 곳에서 다시 자신의 역할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은 직장인의 회사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학생이라면 학교생활, 사회초년생이라면 첫 직장을 대입해볼 만하다. 게임 캐릭터들의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 ‘이거 내 얘기 아닌가’ 싶어진다.
캐릭터의 힘도 크다. 깐깐한 완벽주의자 패치, 속내를 알 수 없는 치트, 혈기왕성한 퍼블리, 천진난만한 용사까지 각자의 매력이 분명하다. 작품을 보고 나면 하나의 픽셀 캐릭터가 아니라 오래 알고 지낸 팀원처럼 느껴질 정도다. 김다올, 신용우, 김서영, 엄상현 등 성우진의 목소리 연기도 캐릭터에 온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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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오락수호대’의 강점은 원작을 잘 옮겼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웹툰의 유머와 감동을 살리면서도 극장용 애니메이션답게 스케일과 속도감을 확실히 키웠다. 원작 팬에게는 “이 장면을 이렇게 만들었네”라는 반가움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이 세계관 뭐지?”라는 호기심을 준다.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오히려 그 수식어를 다시 붙이고 싶어진다. 한국에서도 이런 애니메이션이 나오는구나. 그 감탄 하나만으로도 ‘전자오락수호대’가 거둔 성취는 분명하다. 엄영식 감독 연출. 러닝타임 110분. 10월 14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