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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변화의 시기에 탄생…문화유산 답사로 혁신 배웁니다"

권소현 기자I 2025.03.17 08:22:32

이현규 이지자산평가 대표 인터뷰
학창시절 푹 빠진 역사…금융맨 되서도 틈나면 답사
서울 정동·서촌 문화유산 얘기 담아 책 출간
유산은 혁신의 결과물…자산평가에도 적용
AI 접목한 채권 운용 리스크 관리 솔루션이 결과물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서울·교토·시안·베이징…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1000년 이상 한 나라의 도읍지였던 천년고도라는 점이다. 유구한 세월 동안 역사가 켜켜이 쌓이면서 곳곳에 문화유산을 만들어냈다. 길에 있는 돌 받침 하나도 그냥 지나치기엔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역사를 알고 보면 달리 보이는 게 바로 문화유산이다.

이런 천년고도들을 수십 번 답사하면서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재의 의미를 공부하는 금융맨이 있다. 이현규 이지자산평가 대표다.

이현규 대표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유산 답사를 통해 배운 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이 대표가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진 건 학창시절부터였다. 역사과목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은행, 증권 등 금융권에서 일하면서도 짬짬이 문화유산 탐방을 다녔다. 이지자산평가를 창업하기에 앞서 직장을 그만두고 소위 백수로 문화유산만 찾아다닌 기간도 3년 10개월이나 된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역사가 좋아 삼국지만 수십 번을 읽었고 국사나 세계사 과목은 거의 만점이었다“며 ”퇴사한 후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보고 싶었던 문화유산을 원 없이 봤다“고 말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국보는 361개, 보물은 2420개에 달한다. 사적까지 포함하면 3400개가 넘는다. 이 대표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개인이 소장해서 볼 수 없는 유산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가봤다고 자신한다.

보통 숫자와 사건으로만 기억하는 역사지만, 그는 그 속에 숨어 있는 스토리를 상세하게 풀어놨다. 인도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중국으로 불교가 전래된 과정, 그리고 불교 미술의 역사, 일본에 조선통신사가 파견됐을 때 양국의 상황, 일본의 도자기 기술이 유럽으로 전파된 루트, 유럽의 명품 도자기 브랜드가 탄생한 배경 등.

이 대표는 “문화유산을 통해 그 나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는지, 발전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원동력이 됐는지를 알면 우리 삶에서도 배울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답사로 쌓은 지식을 책으로 풀어냈다. 서울 정동에 있는 문화유산 얘기만 담았는데도 380페이지가 넘는 책 한 권이 나왔다. 두 번째 책에서는 서촌을 깊숙한 곳까지 파헤쳤다. 서촌은 한 권으로 부족해 2편을 쓰고 있다. 오는 7월경 출간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교토편을 2권에 걸쳐 낼 계획이다. 이후 베이징과 시안에 대해서도 풀어볼 생각이다.

금융과 문화유산, 언뜻 보면 거리가 있는 듯하지만 이 대표는 이렇게 쌓은 문화유산에 대한 조예를 회사 경영에 활용한다. 우선 영업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고객과 함께 정동길을 걸으면서 유구한 역사와 배경을 쭉 설명하면 그런 곳이었냐며 모두 감탄한다”며 “함께 골프를 치거나 술을 마시는 것보다 더 끈끈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영철학에 미친 영향도 크다. 이 대표는 “국보로 지정된 유산을 보면 문화의 흐름이 바뀌는 시점, 형식이 달라지는 그 시점에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며 “그 시대에는 나름 혁신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현규 이지자산운용 대표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특히 사소한 변화가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문화유산을 보며 느꼈다. 그는 “문화유산답사를 하면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훈련을 하게 된다”며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변화를 주려는 노력들을 자꾸 하게 되면 뚫지 못할 것 같았던 벽도 넘어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설립돼 자산평가 기업치고는 신생인 이지자산평가가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할 때에는 기본에 충실한 반면 마케팅을 할 때에는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BNK·브이아이·IBK·키움 등 자산운용사를 잇달라 고객으로 확보했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IBK기업은행 ·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은행 및 보험사들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성과는 작년 12월 우정사업본부와 체결한 채권 평가 용역 계약이다.

이 대표는 “우본의 채권 평가사로 선정된 것은 자산평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우본의 자금을 위탁받은 20개 운용사에게 채권 평가가격을 제공하기 때문에 점차 고객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지자산평가는 지난해 인공지능(AI)을 자산평가에 적용해 개발한 ‘아이리스’(AIRis)도 선보였다. 아이리스는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채권운용 관련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주는 솔루션이다. 기업의 재무분석은 기본이고 경쟁사와 상대비교,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 감성지수 분석 등을 넣었다. 이를 통해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리스크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채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대체 자산에도 AI를 접목해 빠르고 정확하게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변화가 유산을 만들 듯 지금은 AI가 변화의 매개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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