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84명이 참가한 당내 최대 공부 모임 ‘경제는 민주당’이 그제 출범했다고 한다. 소속 의원의 절반가량이 참가한 데다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김태년 의원이 대표를 맡은 점에서 볼 때 당내 위상과 중량감 등에서 다른 소모임들과 큰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특히 파격적인 내용의 반도체지원특별법을 최근 앞장서 발의했을 만큼 먹고사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모임의 향후 행보와 성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내용이다. 모임이 아무리 ‘경제’를 이름에 넣고 민생을 고민한다고 표방해도 내놓는 해법이 자유 시장경제를 발목 잡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흐른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이 출범식에서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공부하며, 집권을 준비하는 저력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지만 민주당의 최근 행태를 보노라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그는 5일 국회를 통과한 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을 친기업법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2일에는 전국민에게 25만원을 살포하는 법을 강행 처리하기도 했다. 세금 퍼주기를 한사코 고집하고 반기업, 반시장적 발언과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늘어놓는 지도부의 인식과 당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모임도 같은 길을 갈 우려가 크다.
출범식 강연을 맡은 홍성국 전 의원은 4월 총선 3개월 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해 당과 주위를 모두 놀라게 했다. 그는 불출마 이유로 “승자와 패자만 있는 제로 섬 정치의 폐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나쁘다는 걸 체감했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가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지만 당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반성, 분발을 촉구한 따끔한 고백이다.
이재명 전 대표가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먹사니즘’을 제시한 후 민주당에는 경제관련 연구 모임이 여럿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바꾸지 못하도록 아예 공휴일로 못 박는 법안을 낼 정도의 퇴행적 사고에 젖은 의원들이 당내에는 아직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간판의 이름이 아니라 내용임을 모임 의원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