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에 R의 공포가 닥쳤다. R은 리세션(Recession) 곧 경기침체를 말한다. 지난주말 미국발 고용불안이 공포에 불을 당겼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실업수당을 처음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신규 취업자는 줄고, 실업률은 높아졌다. 업황의 바로미터인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6.8로 예상을 밑돌았다. 그 바람에 뉴욕 증시가 급락했고, 그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패닉에 휩싸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코로나 때 풀린 돈이 물가를 자극하자 2022년 3월부터 고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지금 R의 공포가 등장한 것은 역설적으로 고금리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 곧 경기침체다. 연준은 오는 9월 피벗(금리인하 전환)을 시사했나, 시장에선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시장 불안에는 인공지능(AI) 거품론도 한몫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AI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AI 수익모델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 통에 엔비디아, 인텔 등의 주가가 요동쳤다.
중동지역 긴장 고조는 또다른 변수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됐고,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보복을 공언한 상태다. 이들이 세게 붙으면 국제 금융시장도 대혼란을 피할 수 없다. 유가 등 대외 변수에 특히 취약한 한국 경제엔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기 급랭과 중동지역 위기가 맞물리면 세계 경제는 초대형 먹구름 속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2분기 한국 경제는 전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1분기 깜짝 성장(1.3%)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하지만 R의 공포와 중동 위기가 닥친 상황에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어제 코스피 지수가 장중 8% 넘게 폭락하고 4년 5개월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증시가 패닉 상태로 빠진 것만 봐도 시장엔 불안이 가득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꿀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연준은 조만간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도 금리인하를 포함한 고강도 위기 대응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