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제도는 1977년 12월 31일 법률 제3051호에서 처음 도입됐고, 지금까지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유류분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한 이익이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으로 침해되는 것을 막고,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 거래의 안전과 가족생활의 안정,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배라는 여러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47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유류분 제도가 일률적으로 적용됨으로써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졌다. 상속법 제도 전반이 1960년에 만들어져서 유류분 뿐만 아니라 상속 및 유언제도도 비현실적인 것이 많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인해 우리나라 상속법의 전반적인 내용들이 시대에 맞춰 개정될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인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바로 위헌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핵가족 제도의 확산과 1인 가구의 증가를 볼 때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들은 피상속인 재산의 증식에 기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들의 생활까지 보장해줄 필요성이 사라졌다. 형제자매들까지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해 위헌이 됐다.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에 규정된 유류분권리자는 피상속인의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인데, 그들 중에 상속결격사유까지 이르지 않지만, 장기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패륜 행위를 하는 자까지 법이 상속분을 보호할 필요가 없음에도 이러한 유류분 상실제도를 두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앞으로 국회는 유류분권자 중 장기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 가족들에게 패륜 행위를 한 자, 유류분권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는 자 등을 대상으로 유류분 자격이 없는 자로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류분 제도가 준용하는 법률 규정으로 민법 제1118조가 민법 제1008조의2인 기여분 조항을 인용하지 않음으로써 유류분청구에서 기여분 항변이 적용되지 않은 불합리가 있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상속재산분할심판과 유류분사건이 분리돼 심리되고 있고, 유류분 사건에서 상속재산분할심판이 같이 심판되지 않음에도 기여분을 반영할 수 없다면,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 국회는 유류분 사건을 심리할 때 기여분을 주장하는 상속인의 항변을 반영할 수 있도록 민법을 개선해야 한다. 기여분 주장은 상속재산분할심판시에만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이제 유류분 사건에도 반영될 수 있으므로 두 사건에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게 됐다. 유류분 사건은 지금까지 민사사건이었으나 앞으로는 가사사건으로 변경이 돼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이러한 쟁점 이외에도 다수의 헌법재판관들이 유류분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①유류분권 중 배우자의 권리가 직계비속과 직계존속과 같은 점은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혼인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상속재산의 증식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면 부당하므로 배우자의 권리를 더 우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 ②공동상속인의 증여재산에 대해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고 유류분반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재산권에 과도한 제한이므로 이를 적정한 한도 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점 ③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재산의 범위에 한계가 없어 공익목적의 재산증여나 가업승계 부분이 포함돼 불합리한 점이 있으므로 제한돼야 한다는 점 ④유류분 반환을 민법은 원물반환만을 정하고 있어 유류분권리자 사이에 복잡한 법률관계를 발생시키고 법원의 심리가 지연되므로 가액반환도 법원의 재량으로 가능하도록 입법조치가 필요한 점 등이다.
유류분 제도는 민법에 8개의 조항만 있는 단순한 법체계로 돼 있다. 그러나 가족관계나 경제 상황이 복잡해진 지금 47년간 아무런 변화 없이 유류분 제도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구체적 타당성이 가장 필요한 것이 판결인데 지금의 법제도로 인해 부동산에 지분이 복잡한 판결들이 계속 나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유류분 청구는 가사심판의 범위에 포함돼야 하고, 유류분권자 중 상실 사유가 있는 자는 배제돼야 하며, 기여분 주장을 구체적으로 심리해 타당한 결정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또한 헌재가 지적한 여러 가지 유류분 제도의 문제점들까지 반영한 제도가 나온다면 지금까지 유류분으로 인한 폐해가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유류분 제도가 개선되면 구하라 사례처럼 딸을 버리고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부모에게는 유류분권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재산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에게는 피상속인의 뜻에 따라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 유류분 사건은 상속인에게 패륜행위가 있었는지,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유류분의 보장이 필요한 지에 대한 주장들이 제기됨으로써 더욱 복잡해지고 판사의 재량이 많아짐으로써 재판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