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출판 시장을 휩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의 저자 룰루 밀러는 이 책에 이런 찬사를 남겼다. “(책은) 직관과 진실의 충돌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며 밀러가 “걷지 말고 당장 뛰어가 만나보라”고 했던 그 책 맞다. 한국계 생물학자인 캐럴 계숙 윤이 2009년 미국에서 발표한 책이 뒤늦게 번역돼 나왔다.
책은 생물 분류학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인간과 생명 세계, 진화와 과학 사이의 오랜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분류학 체계가 정말 맞는 것인지 묻는다. “우리는 생명의 분류와 명명을 전문가들에게 맡겨 버렸다. 그들은 새들이 공룡이라는 소리까지 한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생명체가 세계를 감각으로 지각’하는 움벨트(Umwelt)다. 개가 냄새로 세상을 인지하고, 박쥐가 초음파를 통해 장애물을 파악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생명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고유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움벨트를 배제한 분류학이 자연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훼손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그러면서 “과학과 상식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의 세계는 항상 바로 우리 눈앞에 있지만, 우리는 그걸 모두 놓치고 있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는 내 물고기들을 되찾고 싶다. 알고 보니 나는 뱀들과 새들과 물방울을 튕기는 매혹적인 물고기들로 가득한 세계를 내게 보여줬던 유년기의 숲에서 처음부터 올바로 알고 있었다. 나는 물고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해야겠다.”
책장을 덮을 때면 그간 잊(잃)고 있었거나, 혹은 보지 못했던 ‘경이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