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교류·협력을 우선시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북한 연구 과제들이 대북정책 기조 전환에 수술 대상 1호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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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 소속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 중 북한 연구 관련 예산을 다수 삭감하기로 하고, 최근 이를 출연연들에 통보했다.
앞서 기재부는 2차 예산심의를 앞둔 지난달 말 경인사연 소속 출연연들에 사업비(출연비)를 올해보다 30% 삭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북한 관련 연구예산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관련 연구를 중단하는 것으로 내부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의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남북한 산업협력 전략 연구’ 예산은 전액 삭감이 결정됐다. 이 연구과제는 동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구조 재편을 활용한 북한의 산업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방안, 동북아시아 GVC 구조재편에 대한 연구 등이 포함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평화시대 한반도 농업통합 중장기 로드맵 수립 연구’도 내년부터 중단된다. 이 연구는 2020년부터 내년 말까지 5년 계획으로 편성된 계속사업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의 ‘북한 환경상태 조사 및 남북 환경협력사업 개발 연구’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황폐화 등 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환경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환경협력 전략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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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연구 관련 예산이 수술대에 오른 건 정부의 긴축 기조와 대북정책 전환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우호적 대북 정책을 핵심 과제로 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한 반면, 윤석열 정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남북회담본부, 교류협력국, 남북출입사무소 등을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하는 등 남북 교류 업무를 축소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 기조에 따라 북한연구 관련 예산도 점차 축소됐다. 농경연의 한반도 농업통합 중장기 로드맵 수립 연구 예산은 △2020년 2억5000만원 △2021년 2억5100만원 △2022년 1억4500만원으로 계속 줄어들더니 올해 예산은 9000만원만 담겼다. 산업연구원의 남북한 산업협력 전략 연구 예산도 2019년 1억2400만원에서 올해 6200만원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수요가 적거나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과제들을 (삭감하고)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는 부분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간이 정해져 있는 계속사업을 예산에 반영시키지 않고 중단해버리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사업의 일몰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조기 중단하는 사례는 흔치 않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관계자는 “연구 예산 삭감으로 수행 과제가 중단된다면 연구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출연연이라는 기본 목적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평화통일 관점에 대해 속도와 폭을 조절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연속성을 생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과제를 전부 없애버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