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예사롭지 않은 웹툰 ‘야시’는 동명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야시’로 제12회 일본호러대상을 받은 쓰네카와 코타로 작가의 작품이다. 웹툰 ‘야시’는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 섬뜩한 공포와 미스터리함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야시’(夜市)는 밤에 열리는 시장을 뜻한다. 웹툰도 야시장을 배경으로 한다. 우리에게 야시장은 특별할 것 없는 공간이지만, 웹툰 속 야시장은 특별하다못해 신비롭다. 아니, 기괴하다. ‘물건을 사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는 원칙이 있어서다.
주인공은 어릴 때 우연히 야시를 찾아 동생과 ‘야구의 재능’을 바꾼 ‘유지’다. 나가려면 무언가를 사야하는데, 돈이 없으니 동생이라도 잠시 두고 가라는 납치업자의 꾀임에 넘어가 동생을 홀로 남기고 야시를 벗어난다. ‘야구의 재능’을 받은 건 덤이다.
이후 집에 돌아온 유지는 동생이란 존재가 세상에서 없어진 것을 보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야구의 재능을 받았지만 이 죄책감에 결국 선수의 길도 포기한다. 이런 유지가 삶을 되돌리기 위해 야시를 찾으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돈을 모아 야사에서 동생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친구 ‘미아’와 야시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담아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느낌이 들었다. 환상에서 나올 법한 각종 개성있는 요괴들이 등장한다. 일본 소설 원작이지만 한국에 맞춰 한국풍 요괴들도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현실세계와 다른, 진정한 이세계의 느낌을 확실히 살렸다.
작화도 작품 분위기에 맞춰 화려함을 빼고 몽환적인 느낌을 더 담았다. 잔잔한 분위기의 웹툰 속에서 작화는 스토리와 미스터리에 더 집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복잡하게 웹툰을 치장하려는 시도보다 미스터리와 환상적인 분위기에 집중하려는 서사에 독자들의 몰입감도 커진다.
또 다른 에피소드인 ‘바람의 도시’는 7살 때 벚꽃놀이 중 아빠를 잃어버려 미아가 된 ‘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역시 우연한 일로 요괴가 나오는 ‘길’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의 이세계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주택가여서 독자들에게 더 큰 불안감과 호기심을 전달한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오싹하지만 몽환적인 웹툰 ‘야시’로 시원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혹시 모른다. 이글을 보는 당신의 집 안 어딘가에도 ‘야시’로 들어갈 수 있는 이세계의 문이 있을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