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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5분 국내 최대전력수요는 86.3기가와트(GW)로 지난 1월 27일(89.8GW)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장마 후 3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찾아온 데다, 간헐적 소나기로 습도까지 높아지자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월별 최대 전력수요는 △4월 72.3GW △5월 72.8GW △6월 82.2GW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발전설비를 모두 가동해야 하는 전력 피크 시점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여름은 냉방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전력 수요도 통상 연중 최대가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을 수립하며 올여름 최대전력 수요를 8월 둘째주 92.7GW로 전망한 바 있다.
아직까지 전력수급 차질 우려는 크지 않다. 원전을 비롯한 각 발전설비 가동률이 오르며 국내 전체 전력 공급능력이 106.4GW로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99.7GW)보다 6.7GW 늘었다. 단순 계산 땐 올여름 전력수요가 피크에 이르더라도 13.7GW, 약 15%에 이르는 공급 여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7월 1~25일 일평균 공급예비율은 26.73%이었으며, 가장 낮을 때도 16.5% 수준을 유지했다. 통상 수급 차질 우려가 본격화하는 건 공급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점이다.
전력 수요도 역대 최대였던 작년에는 조금 못 미치고 있다. 7월 1~25일 일일 최대전력수요 평균치는 78.6GW로 전년동기(82.9GW)보다 약 5% 줄었다. 반도체 업황 악화 등에 따른 산업용 전력 수요 감소, 1년 여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 여파 등으로 각 가정의 절전 노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올해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최대전력수요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큰 변수가 없다면 올 여름 전력수급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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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라 폭염 상황이 이어진다면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5월부터 더워져 당국을 긴장시켰다. 정부가 통상 7월 첫째 주부터 시작하던 여름 전력수급 대책기간을 6월 마지막 주로 한 주 앞당긴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은 최악의 상황 땐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97.8GW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국내 전력공급 예비력이 8.6GW(8.8%)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설비 고장 변수도 있다. 지난 24일에는 설비용량 약 1GW의 한빛원전 2호기가 이상 신호를 감지해 자동 정지되면서 전력수요 피크 시점 이전까지의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전남 나주시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아 8월 폭염에 대비한 전력수급 대응 실태를 점검하면서 “태풍, 이상기온 등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상황까지 고려해 전력수급을 철저히 관리·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