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그제 “사상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허위 조작 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 공유를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대책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참사 직후부터 인터넷과 SNS상에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 사실과 다른 괴담이 꼬리를 물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정부와는 별도로 트위터·네이버·카카오 등의 업체도 민감한 게시물의 리트윗을 자제해 달라거나 이용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앞다퉈 대응에 나섰다. 모두 사회 혼란을 막고 2차 피해와 국민적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와 업체들의 대응은 타당하다. 초기 SNS에선 가스 누출, 마약이 원인이라는 가짜 뉴스가 퍼진 데 이어 압사로 밝혀지자 다음엔 혐오 현상이 나타났다. 특정 국적의 외국인들이 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퍼지고, 남혐·여혐 발언이 오가더니 책임론이 가세했다. ‘팩트 체크’라는 글이 대표적이다. 이 글은 윤석열 대통령 경호를 위해 경찰 병력을 대거 빼낸 탓에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 경호는 별도의 전담 병력이 맡고 있는 사실을 가린 가짜 뉴스였다. “참사원인이 청와대 이전 탓”이라는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페이스북 발언도 혼란과 선동을 부추기긴 마찬가지였다.
온 국민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가짜뉴스와 소셜 미디어 등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참혹한 장면의 사진 영상과 혐오 댓글은 사고 수습과 위로에 도움이 안 된다. 행여 정치적 계산과 불순한 의도까지 개입된다면 사회 갈등과 국론 분열을 자극하는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공직자들은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같은 신중치 못한 언행을 삼가야 한다.
지금은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 줄 추모의 시간이다. 가짜 뉴스와 괴담, 정치적 이득을 노린 말싸움이 국민과 사회를 현혹시키고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트라우마에 빠진 대한민국의 오늘에 정말 필요한 것은 이해와 인내, 그리고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