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한미일 동해 합동 군사 훈련에 대해 “국방 참사이자 안보 자해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극단적 친일 행위이며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것”(7일)“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한반도에 다시 걸리는 날이 생길 수 있다”(10일)는 발언에 이은 세 번째 ‘안보 친일’ 공세다. 국민의힘이 ‘망언’이라며 반발한 데 맞서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안보 전문가들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것과 반대다.
야당 정치인이 정부·여당과 다른 시각에서 정책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최근 발언들은 그의 정치적 위상과 안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적절치 않다. 거대 야당 대표이자 대선 후보를 지낸 이가 갖춰야 할 균형적 사고와 책임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이 최근 보름 동안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 훈련을 7차례나 실시했고,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안보 위기를 고조시킨 현실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한반도 전역을 겨냥한 무력시위와 도발 중지를 북한에 먼저 촉구하는 것이 옳다.
북한 핵의 탐지·방어 능력이 부족한 우리로선 미국 일본과의 3각 공조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사일 탐지·추적은 이지스함 보유 숫자가 많은 미국, 일본(8척)과 역할을 분담하면 우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본은 특히 미국 다음으로 잠수함 탐지 초계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북한 잠수함의 탄도미사일 대응에 훨씬 효과적이다. 이번 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 합의에 따른 것이며 위치도 일본과 가까워 이 대표의 ‘독도 인근’ 주장과 맞지 않는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의 ‘친일’ 비판에 지지층을 결집하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패를 덮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를 놓고 친일·반일로 논쟁을 벌이는 게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가.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비핵화는 실패했다”며 “북한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미사일 폭주 앞에서 치고받는 말싸움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 대표와 민주당은 냉정히 따져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