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학교에 가고, 회식하는 등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대면 접촉이 급격히 줄어들자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이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의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우울 위험군의 비율은 18.9%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중에서 30대 여성의 우울증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자녀 돌봄과 가사, 높은 실업률이라는 삼중고가 겹친 탓이라는 분석이다. 초등학생 1학년 자녀를 둔 김나희(36)씨는 “아무래도 여자들에게 육아의 부담이 더 크다”며 “집에 있으면서 일도 해야 하고, 육아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외부활동도 쉽지 않아 여러모로 우울한 편”이라고 말했다.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며, 우울감이 분노감으로 표출되는 ‘코로나 레드’까지 국민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작년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총 10명으로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흉악범죄가 늘어난 것도 단적인 예다. 특히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입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자살 생각을 하는 이들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조사에서 ‘자살 생각 비율’은 30대 남성(22.4%)이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17.3%)과 20대 남성(17.2%)이 뒤를 이었는데 현재의 주역인 2030세대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단 점이 확인됐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살률 증가 등 국민 정신건강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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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는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새해 첫날에는 서울 관악구 한 노숙인쉼터에서 50대 남성이, 지난달 말에는 종로구의 한 고시원 공용화장실에서 80대 고시원 주민이, 종로구의 쪽방촌에서 4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임종을 맞이하고, 뒤늦게 주검으로 발견되는 고독사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 오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생존 시설이나 다름없는 복지관과 무료급식소 등이 문을 닫다 보니 복지에서 소외되는 일이 발생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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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미래 사회에서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여러 시도를 앞당겨 실행해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직장 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작한 재택근무는 업계 전반에 새로운 근무 형태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었다.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알려지며 이를 도입하는 기업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를 만들어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구축하거나 직방과 티몬 등은 아예 물리적 제약 공간이 없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오피스로 만들어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학교도 비대면 수업과 시험이 늘어나면서 수업의 질 저하나 부정행위 등 논란도 잇따랐지만, 양방향 온라인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