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미중패권 전쟁 한창인데…李·尹 모두 상황 인식 엄중함 안보여”

정다슬 기자I 2021.12.27 06:00:00

[대선공약검증단] 외교안보 분야
미중 패권 전장 속 대한민국라는 항공모함 이끌 선장 필요하나
양 후보 모두 구체적인 전략 부재…불필요한 논란 양산
2022 대선, 생산적이고 건강한 외교안보 토론 이뤄져야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중 패권 전쟁으로 국제질서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지도자의 자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은 20세기 자유무역 기조의 최대 수헤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재편이 일어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전지구적인 과제는 그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낸다는 자본주의의 공식을 뒤바뀌어 놨다. 동북아시아뿐만이 아닌 전 세계를 지도에 놓고 대한민국이라는 항공모함을 순항할 지도자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포함한 대선후보들은 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文정부 ver2 vs 보수외교정책 전형”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 후보의 공약은 ‘문재인정부 버전2’이고 윤 후보는 ‘한미 동맹 위주로 한 보수정권의 기존 외교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한국이 어떻게 에너지를 확보하고 판로를 개척할 것인지,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 사활을 걸고 삼성 등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적다”고 평가했다.

실제 22일 기준 나온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공약과 관련 발언 등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전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실용외교’를 내세우고 있는 이 후보측은 미중 양자택일이 아닌 ‘한국형 좌표’를 설정해 독자노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에 원칙을 세워 사안별로 대응한다는 현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이같은 기조가 ‘전략적 모호성’으로 오히려 미중 사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듯 한국형 좌표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익 우선주의’를 내세운 윤 후보 역시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은 어느 쪽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인데 미중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국익, 실용과 같은 애매한 것이 아닌 자유무역, 동맹, 인권, 다자주의 등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손해를 감수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 센터장은 “윤 후보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흥안보위원회’를 만들어 경제안보에 대처한다는데 구체적인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며 “경제안보상을 신설하고 관련 법안을 제정하는 일본처럼 이 문제를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문제로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자선택 가능성은 적어…치열한 전략 필요

실제 이번 대선 국면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의 차기지도자에 대한 미중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이다. 크리튼 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달 방한해 이례적으로 대선 후보들을 면담하고 갔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역시 이에 맞불을 놓듯 양 후보를 예방했다.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 역시 방한해 대선 후보를 접견했고, “사드 배치는 우리 주권사항”이라는 윤 후보의 발언에 중국 외교부가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작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가 대표적인 ‘친한파’로 알려진 오소프 의원과의 접견에서 ‘가쓰라 테프트 밀약’ 등을 언급하며 일본의 국권 피탈에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던지, 윤 후보가 “미국과 전술핵과 핵 공유를 요구할 것”(9월)이라고 했다가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적으로 어렵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11월)고 발언을 철회하는 식이다. 캠프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미중 갈등의 민감성을 고려해 지나치게 두루뭉술하고 정제된 공약을 내놓는 것과 반대로 정작 대선후보들은 돌출 발언 등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양 후보 당장 표를 얻기에 급급해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공약 남발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사실 외교안보 공약은 표가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외교안보 문제야말로 정쟁의 대상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생산적 토론이 가능한 대선에서 이같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과거 미소 냉전과 달리 현재 미중 갈등은 ‘양자택일’이 아니고 미중조차도 서로 협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극단적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진단했다.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미중조차도 ‘생존’을 위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유가 급상승을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각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촉구하고 이에 우리나라나 일본, 영국 등 동맹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동참한 바 있다. 다만 동시에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미국의 반중 포위망 구축과 이를 저지하는 중국의 반격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미중 전쟁은 지정학적(Geo-political Risk) 전쟁을 넘어선 사이버공간, 우주공간까지 영역을 확장한 기정학적(Tech-political) 전쟁”이라며 “남북한 관계 회복 등을 통해 국제정치 무대에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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