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전망이 어둡다. 경제성장률이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고 물가는 폭등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열쇠를 쥔 코로나19도 하루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신종 변이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내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은 전기대비 0.3%에 그쳤다. 성장률은 1분기만 해도 1.7%였으나 2분기 0.8%에 이어 3분기에는 0.3%까지 급락했다. 내국인에 귀속되는 소득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분기에 이미 마이너스 성장률(-0.7%)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달 3.7%에 달했다. 소비자물가도 올 1월에는 0.6%에 불과했으나 4월 2%대로 올라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중반과 1980년 두 차례 있었으며 1,2차 오일쇼크가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가 도화선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각종 원자재 값은 앞다퉈 오르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에 나선 것도 인플레가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달 소비자물가가 6.2%나 올랐으며 독일과 영국도 4%대 상승률을 보였다. 여기에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공급망 복원 시기가 더욱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발걸음이 빨라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내년 하반기로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상반기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 속에 물가가 폭등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위험한 것은 통화와 재정 등 전통적인 정책수단들을 무력화 한다는 점 때문이다. 경제가 고물가→ 통화긴축→불황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함정에 빠지면 고통은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와 통화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