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을 쏙 빼놓는 극강의 몰입감..한시도 눈 뗄 수 없는 '지금 이순간'

윤종성 기자I 2021.11.09 05:30:01

[리뷰]뮤지컬 '지킬앤하이드'
17년간 1410회 공연, 누적 관객 150만 ↑
서정적이고 격정적 넘버 벅찬 감동 선사
선과 악 대립되는 무대·조명 완성도 높여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몸의 반쪽은 지킬, 다른 반쪽은 하이드로 분장한 주인공 ‘지킬/하이드’가 쉼 없이 몸을 돌려가며 노래 ‘대결’을 부를 때 극의 긴장감은 정점을 찍는다. 흰 조명이 지킬의 얼굴을 비출 땐 선한 목소리로, 녹색 조명이 하이드의 얼굴을 비출 땐 가래 끓는 걸걸한 음색으로 절규하듯 노래하는 장면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맞서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름 돋는다. 인간 내면에 품은 선과 악의 대립·갈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왼쪽)과 하이드의 모습(사진=오디컴퍼니)
비단 이 장면뿐이 아니다. 1막 마지막에 대표 넘버(노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이 울려퍼질 때 공연장은 얕은 숨소리조차 허용하지 않을 듯 정적이 감돈다. 3분여 무대에 온 신경을 집중했던 관객들은 노래가 끝나자 낮은 탄식을 내뱉는다. 온몸을 휘감는 전율로 경직됐던 몸이 풀리며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감탄사다. 2004년 초연 후 1410회 공연, 누적 관람객 15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한국 뮤지컬사에 한 획을 그은 ‘지킬앤하이드’는 170분 동안 명장면을 쏟아내며, 이 작품이 왜 단 한 번의 흥행 실패 없이 17년째 한국에서 사랑받고 있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너무나도 유명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주옥같은 넘버들은 귀에 착착 감기는 중독성으로 가슴에 내리꽂힌다. ‘지금 이 순간’과 ‘대결’ 외에 ‘나도 몰랐던 나’(Dangerous Game),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시작해 새 인생’(A New Life),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 ‘얼라이브 1, 2’(Alive 1, 2) 등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격정적인 선율로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뮤지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열광할 만한 노래들이다.

큐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사진=오디컴퍼니)
지킬의 실험실 세트, 스산한 분위기의 런던 거리, 루시의 클럽 등으로 변신하는 2층 구조의 거대한 무대, 선과 악의 대립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조명 효과, 빅토리아 시대의 클래식한 감성에 화려함을 덧댄 의상 등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강렬한 무대는 작품 속 지킬과 하이드, 상류층과 하류층, 선과 악 등 상반되는 대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3년 만에 돌아온 ‘지킬앤하이드’는 다시 한 번 절정의 무대 예술을 보여주며 스테디셀러 고전의 힘을 입증한다. 혼을 쏙 빼놓는 극강의 몰입감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짜릿한 전율과 쾌감, 진한 여운이 뒤따라 온다. 공연내내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의 기괴한 에너지가 객석으로 퍼져나가는 작품이다.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 않는다. 선과 악이 혼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근원적 성찰도 담겨있다.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 윤공주, 아이비, 선민, 조정은, 최수진, 민경아 등이 출연하는 이번 시즌도 연일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다. 내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7만~15만원.

★★★★★(명예의전당)

※별점=★★★★★(5개 만점, 별 갯수가 많을 수록 추천 공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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