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高수수료·혼탁한 중개문화 파고든 ‘프롭테크’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부동산 중개보수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개업공인중개사들은 정해진 법정 중개보수(0.4~0.9%)를 받을 뿐이지만 서울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2500만원에 이르면서 내야 할 보수가 922만5000원에 이른다. 중위값에 집을 팔고 샀다면 중개보수만 1845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반값 수수료를 전면에 내건 중개업소는 이 같은 고(高) 중개보수를 받고 있는 개업공인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단기간 확장력을 과시하는 곳은 반값 중개업체인 ‘W부동산’이다. 이곳은 작년 6월 법인을 설립하고 1년2개월 만에 수도권에 가맹점 26호점을 냈다. 월 등록 매물 건수는 1200건에 달한다. 그만큼 매도자가 이곳에 매물 의뢰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다. ‘K부동산’ ‘Z부동산’ 등 비슷한 방식으로 가맹사업에 나선 곳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겨나는 분위기다.
이들 ‘반값업체’의 성장에는 또 다른 배경이 숨어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개업공인은 지역별로 회원사들이 ‘점조직’을 형성해 매물을 공동중개하고 자기들만의 규칙을 정해 담합을 일삼아 왔다. 일명 ‘현대판 길드’라고 불렸다. 이들은 ‘텐’ ‘마이스파이더’ ‘날개’ 등 사설 내부공동거래망을 이용하면서 공동중개했고 신규회원에게 가입비 300만~2000만원을 받고 모임을 유지해 왔다. 회원인 개업공인이 회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수백만 원에 달하는 벌금도 내야 한다.
신생 개업공인이 사모임에 가입하지 않으면 일명 ‘왕따’를 당하는 일도 숱하다. 공동중개에서 배제되면서 영업을 접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들이 반값 수수료라는 파격적인 영업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은 모인 매물을 빅데이터화하고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중개업무를 디지털화해 프롭테크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다윈프로퍼티에 더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직방이 중개서비스에 진출한다고 선언하면서 중개시장의 디지털·플랫폼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분위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환경 여건이 변하면서 매물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을 터득한 빅데이터 업체들이 프롭테크 산업의 중심이 되고 혼탁한 중개문화를 바꾸는 메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입장에서도 저렴한 중개보수에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개업공인 ‘반발’…서비스 질적 향상 노력도
다만 기존 개업공인들은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직방이 중개시장 진출을 선언하자 공인중개사협회는 곧바로 ‘대형 부동산플랫폼의 중개업 진출 결사반대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는 “대형 부동산 플랫폼이 상생과 협업이라는 허울 좋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중개업자의 생존권을 빼앗고 영세한 골목상권마저 죽이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와 프롭테크 업체는 법정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협회는 지난달 다윈중개가 ‘유사명칭’ 사용에 ‘불법광고 표시행위’ 등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었다. 공인중개사법 제8조에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같은 법 제18조의2항을 보면 ‘개업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중개대상물에 대한 표시 및 광고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협회가 다윈중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지난 2019년 첫 고발 때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고 이후 재차 고발했지만 ‘이유 없음’으로 기각됐다.
|
협회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이 플랫폼화하면 골목상권의 피해가 크고 독점 기업이 출연했을 때 서비스 비용이 올라가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반대하는 것”이라며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도 허위매물 방지나 중개인 담합을 철저히 관리·감독하며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