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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판에 붙인 종이, 그 위에 먹뿐인 작품은 세상이 감춰둔 어떤 암호를 말한다. 다만 전제가 있는데 ‘예술’과 연관이 있다는 거다. 지금처럼 경계가 선명한 예술 그 이상이다. 그간의 ‘빗살무늬’ ‘고구려의 기와문양’ ‘고조선’에 이어 이번엔 ‘고인돌의 암각화’에서 찾아낸 ‘예술성’이라고 하니까.
그 패턴과 도형과 생각까지 읽어내 재해석했다는 작가 김혜련(57)의 ‘예술과 암호 1’(2020)은 그렇게 나왔다. 작가는 한국 고대유물에서 ‘선’이 가진 조형성을 발견한 이후 역사연구로 확장하는 독특한 작업을 해왔다.
그간 유지하던 작품세계에도 변화를 줬는데, 색이 빠졌다. 유화물감의 강한 색상으로 상징을 만들던 데서 색을 빼버렸다는 것 자체가 단순치 않다. 대신 들인 먹에 그 역할을 다 넘겼다. 먹빛 고인돌 형상에서 ‘감추듯 드러내는’ 현대 추상의 결을 봤나 보다.
11일까지 서울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예술과 암호-고인돌의 그림들’에서 볼 수 있다. 종이에 먹, 나무패널에 배접. 153×110㎝. 작가 소장. 슈페리어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