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 재산 2억…이유 있는 속사정

최훈길 기자I 2021.05.09 08:00:00

동료들에게 ‘공무원 박준영’ 물어보니
곁눈질 없이 묵묵히 30여년 ‘찐 공직자’
日 오염수 강력대응, 세월호 땐 ‘욕받이’
보물선 사기극 사건땐 국민 피해 막기도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1억 8418만원.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공표된 박준영(사진·54) 해양수산부 후보자의 전 재산 액수다.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 한 채, 2013년식 SM5 차량에 금융권 채무를 합친 금액이다. 최근 배우자의 도자기 반입 논란 당시 부유층 이미지와는 상반된 결과다. 일각에선 “30여년 공직 생활을 했는데 왜 이 정도 재산뿐이냐”며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모습. 박 후보자는 차관 시절 혁신성장일자리기획단장을 겸임해 어촌뉴딜300 등 어촌을 현대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을 직접 챙겼다. △1967년생 △경기 이천 △수성고, 고려대 △인천지방해운항만청 총무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해양환경과장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고용휴직 △국토해양부 장관비서관·국토정책국 산업입지정책과장·동서남해안및내륙권발전기획단 기획관 △외교부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 △해양수산부 어촌개발국·어업진흥국 양식어업과·어업자원국·해운물류국·총무과, 법무담당관, 어업교섭과장, 혁신기획팀장, 혁신인사기획관, 어촌양식정책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차관 [사진=뉴시스]


◇동료들에 물어보니 “박준영은 찐 공직자”

박 후보자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에게 속사정을 물어봤다. 이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곁눈질 하지 않고 묵묵히 일에만 매달려온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찐(진짜) 공직자’로 살았는데 재테크에 젬병인 건은 당연한 결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도자기 논란보다도 충실하게 한 길을 걸었던 그의 공직자 삶 자체가 송두리째 폄훼 당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도자기 논란에 대한 엄중한 질책을 하더라도 장관 후보자가 걸어온 삶에 대한 평가도 균형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박 후보자가 해수부 공무원으로 걸어오는 동안 남긴 5가지 장면은 기억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첫 장면은 2013년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현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를 할 때다. 일본정부의 항의로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했던 사안이다. A 씨는 “당시 해수부가 국내 타격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수입금지를 주도했다”며 “당시 담당 국장(어촌양식정책관)이었던 박 후보자가 실무를 맡아 일을 무난히 처리했다”고 전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박 후보자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 방침이 얼마나 엄중한 사안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가 지난달 19일 후보자 신분임에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후보자는 ‘욕받이’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유가족 지원반장을 맡아 매일 진도체육관으로 출근했다.

B 씨는 “당시 공무원들 상당수가 유족을 만나는 걸 꺼려 했는데 박 후보자는 피하지 않았다. 1주일간 양말 하나로 버티면서 묵묵히 가족들을 지원했다. 주변 동료들이 ‘목욕탕에 가서 씻고 오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당시 박 후보자가 힘들었지만 진심으로 일했고 다들 공감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신임 차관으로 임명된 직후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세월호 현장을 찾았다.(참조 이데일리 2020년 8월18일자 <박준영 해수부 신임 차관, 세월호 찾아 헌화>)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왼쪽에서 4번째)는 지난해 차관 임명 직후 현장방문 첫 일정으로 전남 목포를 찾아 거치된 세월호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사진=해양수산부]


◇‘해양대통령’ IMO 사무총장 당선에 숨은 조력자 역할

힘들었던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임기택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2015년 당시 ‘해양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한국인 최초로 당선됐다. 당시 공사참사관으로 IMO가 있던 영국 파견 중이던 박 후보자는 ‘숨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C 관계자는 “당시 임 후보자를 초청해 170여개국 회원국을 대상으로 출사표를 알리는 리셉션을 열었다”며 “박 후보자가 리셉션 실무 총괄을 맡았는데 대박이 났다. 이를 전환점으로 ‘대한민국이 해볼 만 하다’고 느꼈고 결국 해냈다”고 전했다. 이후 임 후보는 IMO 사무총장 연임에도 성공했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난 보물선 사건 때 시의적절한 대처가 가능했던 것도 박 후보자의 역할이 컸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7월 신일그룹은 150조원 금괴를 싣고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한 보물선을 발견했다며 대규모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당시 해수부가 보물선 실체, 발굴 승인, 인양, 소유권 분쟁 등에 어떤 입장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해부수 대변인을 맡았던 박 후보자의 핸드폰에 불이 날 정도로 전화가 몰렸다. D관계자는 “당시 박 후보자가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빨리 확인하고 정리해라’고 긴급 지시한 게 지금도 생각난다”고 전했다. 해수부가 언론 등에 사실관계를 적극 설명하면서 투자자들은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사건은 결국 사기로 판명났다.(참조 이데일리 2018년 7월18일자 <[줌인]이상한 보물선 돈스코이호, 5가지 궁금증>)

문재인정부의 어촌뉴딜, 해운재건 정책은 박 후보자가 함께 한 정책 성과로 거론된다. E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의 어촌뉴딜, 해운재건이 안착하는데 기조실장·차관을 맡았던 박 후보자도 한 몫을 했다”고 돌이켰다. 어촌뉴딜은 해수부 단일 사업으로 최대 규모인 3조원을 투입해 어촌 300곳을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재건 프로젝트 결과로 HMM은 10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도덕성 검증 못지않게 정책 경험·성과도 면밀히 살펴 장관 후보자를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관 후보자가 법에 저촉되는 도덕성 문제가 있다면 깨끗하게 물러나야겠지만, 국회가 트집 잡기 식으로 검증하는 것은 정부부처 정상화와 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특수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해수부의 경우 후보자의 정책적 지향성을 중심으로 확인해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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