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제보', 연일 터지는 병영 부조리…'요즘 군대' 맞나

김관용 기자I 2021.05.05 06:00:00

훈련 중 다친 병사 ''꾀병'' 취급으로 상태 악화
운동 중 간부가 병사 폭행, 조직적 은폐 정황도
격리 장병 부실 급식 및 열악한 시설 연일 제보
일각선 휴대전화 통제 주장…국방부 "계속 허용"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군 내 부조리 문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군이 뭇매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군 내 유입 차단을 위해 휴가 복귀 장병들을 격리하는 시설과 ‘부실 급식’ 문제 뿐만 아니다. 내용 하나 하나가 ‘요즘 군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4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 따르면 육군 상무대 근무지원단 관련 제보가 올라왔다. 피해 장병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에 따르면 해당 병사는 훈련 도중 앉았다 일어서기 300회를 하던 중 인대가 파열됐지만, 부대 측은 두 달 가까이 꾀병이라며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부상 부위 염증으로 고열 증세를 보이자 한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이발실에 해당 병사를 가두고 24시간 굶겼다는 주장도 있다. 군 병원 의사의 오진으로 상태는 더 악화됐고 결국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조치 및 징계 등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병사에 대해서도 진료비 지원 등 적극적으로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육군 1사단 예하부대 부실 식단 관련, 격리 인원들에게 배식을 많이 해줘야 해서 일반 장병들 급식이 줄었다며 SNS에 제보한 사진이다. (출처=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이와 함께 풋살 경기 중 간부가 자신에게 공을 뺏길 때마다 멱살을 잡고 위협 및 폭언을 하는가 하면, 공도 없이 서 있었는데 달려와 무릎을 가격해 슬개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22사단 소속으로 복무 중인 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글에는 자신을 때린 간부도, 개인 정보를 유출한 간부도, 신고를 막은 간부도, 군사경찰 조사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현장에 있던 간부들도 아무런 처벌을 받고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논란이 일자 22사단장은 직접 사과문을 게재하고 “부대는 피해 용사의 조속한 쾌유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대 후 천식이 심해진 육군훈련소 훈련병에게 일반 감기약을 처방하고 먼지와 벌레가 가득한 격리시설에서 생활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훈련병은 상태가 심해져 귀가 신청을 했지만, 해당 소대장과 분대장이 “천식으로 나간 애는 못봤다. 네가 마인드를 바꿔라”라고 꾸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에선 매월 생일을 맞은 병사들에게 지급하도록 돼 있는 1만5000원 단가의 생일 ‘쌀’ 케이크 대신 1000원짜리 빵이 지급됐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군은 해당 부대의 생일 케이크 납품 계약공고가 세 차례 유찰돼 불가피하게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빵을 구매해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제보 내용에 따르면 해당 부대 간부는 “케이크 줘봤자 어차피 남기니까 안 준거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장에게 ‘마음의 편지’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아침 저녁으로 한기가 도는 4월, 육군 12사단 예하부대에선 온수가 나오지 않아 일주일째 냉수로 샤워를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에서 생일을 맞은 병사들에게 평소 제공하던 케이크 대신 1000원 안팎 가격의 빵을 제공했다는 제보 사진이다. (출처=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병사들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SNS 제보로 지휘관의 행동 제약이나 군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휘관들은 최근 육군을 중심으로 부실 급식 등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자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된 이후 ‘SNS 제보’가 급증했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 ”이런 문제가 과거처럼 은폐되거나 숨겨져 곪아가는 것보다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군에 왔다고 휴대전화를 못 쓰게 통제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소통하고 할 수 있는 여건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조성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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