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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자영업자도 '뽁뽁이' 대신 종이 완충재

심영주 기자I 2021.03.29 01:02:03

높아진 '친환경' 관심...택배 포장재도 변화
종이 완충재 사용하는 개인 사업자도↑
쉬운 분리수거·재활용 등이 장점
비싼 가격·완충 효과 의문에 에어캡 완전 대체는 아직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배달문화가 확산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지속 가능한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유통업계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새로운 경영 기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중 업계가 대표적으로 공들이고 있는 건 친환경 포장재 사용이다. 비닐 테이프와 에어캡을 종이 소재로 대체하고 젤리 타입의 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통을 사용하는 것. 또 테이프가 필요 없는 조립형 택배 박스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 사업자도 친환경 포장재의 하나로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완충재는 개인이 만드는 공예품과 베이커리 등을 포장할 때도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진=무인양품 공식 트위터 캡처)


'뽁뽁이'의 대변신... '비닐'→'종이'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비닐 에어캡은 그간 과대포장과 재활용 등의 문제로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2019년까지 연간 1000만t의 에어캡 쓰레기가 나왔다.

비닐 에어캡은 석유를 가공해 만든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땅에 묻어도 오랜 기간 썩지 않는다. 불에 태울 경우 유독물질을 내뿜어 소각도 쉽지 않다.

에어캡을 대신해 최근에는 종이 완충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종이 소재라 가정에서도 쉽게 분리수거를 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재활용도 쉽다.

'오디너리' 비건 쿠키를 판매하고 있는 차주연(35)씨는 "택배와 배달이 급증하면서 일회용 쓰레기 배출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며 "사업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종이 완충재를 쓰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에게도 가정에서 종이 완충재를 재활용해보길 권하고 있다. 차씨는 "실제로 버리지 않고 몇 번 더 사용했다는 댓글이나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바유’ 조명을 판매하고 있는 문도경씨도 올해부터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비닐 에어캡을 사용할 때는 항상 마음에 죄책감이 있었다”면서 “환경도 보호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아 종이 완충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종이 완충재를 사용한 뒤로 그의 사무실 공간도 좀 더 여유로워졌다. 둘둘 말아 세워서 보관해야 했던 비닐 에어캡과 달리 종이 완충재는 테이블 위에 올려둘 수 있어 사무실을 좀 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환경 보호뿐 아니라 미적인 면에서도 종이 완충재가 좋다는 의견도 있다.

수출입 사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왕은아(30)씨는 “환경 보호도 되고 포장했을 때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종이 완충재가 더 감각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씨는 "손님들도 종이 완충재가 깔끔해서 선물을 받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고 흐뭇해했다.

차주연씨는 종이 완충재를 사용해 쿠키 등을 포장하고 있다.(사진=독자제공)


양혜인씨도 종이 완충재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사진=독자제공)


완충 효과↓·가격↑... 종이 완충재 보편화 시간 걸려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종이 완충재지만 비닐 에어캡만큼 보편적으로 보급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종이 소재 특성상 물에 젖을 경우 완충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정세희씨는 “택배를 시켰는데 냉동 제품과 종이 완충재를 사용한 제품이 함께 포장돼 온 경우가 있었다"며 "냉동제품이 녹으면서 생긴 물에 완충재가 다 젖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차씨도 "여름이 되면 상품 변질이 우려돼 어쩔 수 없이 아이스팩을 사용해야 하는데 아이스팩이 녹으면서 생기는 물기에 종이 완충재가 젖을 것 같아 여름에는 다른 포장재를 사용해야할 것 같다.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완충 효과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문씨는 “종이 완충재가 완충 효과가 100%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번은 조명이 파손돼 고객 불만을 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문씨는 정교한 작업이 들어간 조명이나 해외 배송이 필요한 조명을 포장할 때에는 아직도 비닐 에어캡을 사용하고 있다.

왕씨는 충격에 민감한 틴케이스 등의 상품군을 다루고 있어 그 걱정이 특히 크다.

그는 “아무래도 종이 완충재는 쓰면서도 충격 완화에 대해 의심이 들긴 한다”며 “실제로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품이 찌그러졌다거나 파손됐다며 환불해달라는 요구가 종종 있어 고민이 됐다”고 언급했다.

왕씨는 현재 민감한 상품은 따로 상자 밑에 종이를 구겨 넣거나 제품에 딱 맞는 택배상자를 사용해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종이 완충재 사용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비닐 에어캡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왕씨는 “90대 10의 비율로 비닐 에어캡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는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아쉬운 점은 비용 문제다. 종이 완충재는 제품을 여러 번 감아야 해 사용량이 비교적 많은 편인데 동시에 단가는 더 비싸기 때문이다.

문씨는 “비닐 에어캡으로는 한 번만 감아도 될 것을 종이 완충재는 2~3번 감게 된다”며 “항상 대량 구매를 하는데 비닐 에어캡과 비교했을 때 종이 완충재가 1.5배~2배 정도 비싸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왕씨는 “가격도 몇 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종이 완충재만 사용했을 때는 더 여러 번 감아 포장하다 보니 완충재 쓰는 속도가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애로 사항에도 종이 완충재 사용을 중단할 수 없는게 요즘의 분위기다.

친환경 포장재 등을 도입해 ESG 우수등급을 받은 GS홈쇼핑의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순 없지만 확실히 종이 완충재가 비싸다보니 고정비가 더 들어가고 있다”면서도 “고객들이 친환경 상품을 좋아하고 사회적 분위기로 봐도 (친환경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수제 비누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양혜인(31·여)씨는 "판매하는 입장에서 가격적인 부담은 상당하다"면서도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 장벽도 낮아지고 그만큼 분명히 환경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앞으로도 종이 완충재를 쭉 사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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