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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식의 심장토크]화병이 진짜 심장병이 된다. 스트레스 유발 심근증

이순용 기자I 2021.03.21 07:27:03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우리나라 사람치고 ‘화병’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억울한 마음을 제대로 삭이지 못해서 통증, 답답함, 불면등의 신체적 문제로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 한의에서 사용되는 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화병’이라는 단어가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출판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 ‘hwa-byung’이라는 한국식 표기로 공식 등재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문제 뿐 아니라 신체적인 변화도 유발한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체내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로 인해 혈압의 상승, 심박수의 상승, 내분비 호르몬 분비의 이상등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은 여러 가지 해소 기전을 통해서 완화돼 장기적인 신체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문화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 할 수 있는 출구가 막혀 있는 동양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것이 장기적인 신체 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신체적 변화의 대상 중 하나가 심장이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교감신경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심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근육을 손상시키는 알려져 있다. 손상된 심장근육은 수축력이 저하되는데, 다른 질환(심근경색, 확장성심근증, 판막증등)에 의한 수축력 저하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심장이 수축했을 때의 모양이 문어잡이를 하는 항아리 모양과 유사하다고 해서 ‘타코츠보 심근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트레스 유발 심근증이 발생하면 심한 흉통, 호흡곤란을 느끼게 된다. 이런 증상을 느끼는 사람에서 심초음파 검사에서 특징적인 심근수축의 형태가 관찰되고, 심장혈관질환이나 판막질환등과 같은 분명한 원인질환이 없는 경우 스트레스 유발 심근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통증과 호흡곤란을 완화시켜주는 보존적인 치료와 안정을 취하는 것만으로 1-2주 이내에 회복된다. 이런 병을 경험한 사람은 같은 스트레스 상호아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적절한 스트레스 완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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