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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두운 밤 잿빛 하늘에 삐죽이 솟은 저것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다. 알록달록한 빛으로 위세를 뽐내고 있다. 저 멀리 ‘남산서울타워’의 불까지 꺼버릴 만큼이다. 덕분에 빛바랜 영광뿐인 남산의 뾰족탑은 회색에 묻혀버렸다. 남산뿐인가. 한강에 걸친 다리도, 강변을 달리는 자동차도 저 앞에선 그저 흑백일 뿐이다.
작가 이근택(47)은 풍경을 그린다. 아니 정확하게는 ‘빛이 된 색’을 그린다. “확실한 색의 대비가 강한 시각적 자극을 준다”고 믿는다. 작가가 그간 색 묻힌 붓을 들고 펼쳐낸 세상의 풍경은 바로 그 신념의 표현인 셈이다. ‘페이버리트’(Favorit·2018)도 그중 한 점. 이번엔 복닥거리는 서울의 원경이 ‘자극’을 했나 보다.
그런데 작품이 품고 있는 색이 말이다. 화려한 타워에 머무르는 것도 잠시, 이내 눈길을 자꾸 잿빛의 세상으로 이끌어가지 않는가. 이는 아웃포커싱한 사진처럼 번져낸 작가의 붓터치 덕이다. 흔히 ‘빛을 잃었다’고 말하는 흑백조차 작가에겐 주요한 색이고 무기였던 거다. “흑백풍경을 보며 그 속에 숨은 도시의 색을 상상해보라”는 팁까지 건네준다.
1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올미아트스페이스서 여는 ‘이근택 초대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78.8×116.8㎝. 작가 소장. 올미아트스페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