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과거 한반도의 선조들은 중동 땅에서 태어난 나사렛 예수와 일면식도 없었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나라가 됐습니다. 2018년 전국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 사업체는 모두 5만6789개로 그 흔하다는 편의점(4만2820개)보다 많습니다.
한국 사회 교회의 보편성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사태에서 집단감염 사례의 중심에 교회가 선 사실을 통해 다시 확인됩니다. 감염병 사태 두 달, 다가오는 주말마다 교회 예배 강제중단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해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기본권으로 규정했습니다. 다만 이 자유는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사유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공공복리를 위해 부득이한 경우, 비례 원칙(기본권 제한에 정당성,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우 등에 한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음을 판례로써 확립하고 있습니다.
또 종교적 신앙의 동기로 이뤄지는 ‘예배’라는 행위 형식은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집회일 뿐입니다. 이번 주 집단감염이 나오지 않은 일반 교회를 상대로는 처음으로 나온 경기도의 ‘밀접집회 제한’ 행정명령도 ‘시도지사 등이 집회·제례 등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감염병예방법 49조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예배 전면 차단, 가능할까
다만 당국은 중앙정부 단위의 예배 중단 조치는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입니다. ‘강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 강제성이 실효성을 갖기 쉽지 않다는 문제 또한 있습니다.
서울시가 이번 주 주말예배 중 확진자가 나온 교회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강수를 뒀지만, 이 또한 교회예배로 집단감염이 퍼진 이후라면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실효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사후처벌보다 ‘물리적 차단’ 자체가 중요하지만 국민의 19%나 되는 기독교인들을 모두 감시하지 않는 한 100% 차단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전면적인 감시는 가장 극단적인 독재 사회에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감염병 예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예배 중단이 신앙의 기초를 허무는 지에 대해서는 교회 안에서 신학적 논쟁을 벌일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미 100명 가까이 사망자를 낸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면 대한민국 전체 공동체에 오로지 공익과 선으로만 작용할 것입니다. 따라서 예배 중단을 위한 적극적 협조는 교회를 다니는 이들이 신앙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되살리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개신교 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교인 천주교·불교·원불교 등이 종교 행사를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