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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한 번 멈추면 정상화 최소 반년…피해액 兆단위

남궁민관 기자I 2019.06.04 01:00:00

쇳물 응고로 시설 파손 땐 피해 더 커
자동차·조선업계에도 악영향 우려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작업자가 쇳물 출선 후 후속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 뉴스룸)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대기오염물질 무단 배출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제히 철강업체들에 대해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린 가운데, 실제 해당 처분이 이행될 경우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전망이다. 고로는 가동을 멈추면 복귀에만 6개월여 시간이 걸리는 데다, 상황에 따라 고로를 아예 폐기하고 새로 지어야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이들 철강업체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조선·자동차 등 전방업체들의 수급 불안정까지 야기할 수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365일, 24시간 상시 가동되는 고로가 조업이 정지된 이후 재가동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평시 1500도 이상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고로는 조업 중단시 온도가 내려가면서 내부 쇳물이 응고, 팽창된다. 재가동시 내부 쇳물이 응고된 수준에서 그칠 경우 천천히 온도를 다시 높여 응고된 쇳물을 녹여 배출하게 되며 그 시간은 6개월이 걸린다. 다만 팽창 과정에서 내화물 또는 철피를 파손할 경우에는 고로를 해체하고 새로 건설해야만 한다.

두 경우 모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제철(004020)은 전기로와 고로 포함 총 2400만톤(t)의 조강 생산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당진제철소에 구축된 3개의 고로에서 1200만t의 조강을 생산한다. 3개 중 1개 고로가 6개월 간 조업이 정지된다고 가정하면 200만t 규모 조강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단순 추산이 가능하다. 그간 현대제철의 연간 별도기준 매출액은 통상 18조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조500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차지한다. 고로를 재건설하는 경우 피해는 당연히 더 크다. 당진제철소 3개 고로를 건설하는 데 든 투자비는 총 10조원에 육박하는만큼 재건설 기간 매출액 감소는 물론, 재건설 비용만 3~4조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철강업체들로부터 철강 제품을 공급 받는 전방업체들이 받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포스코(005490)로부터 중간재인 열연강판을 공급받는 중형 제강사들의 경우 가격 상승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중국 또는 일본으로부터 대체 공급 하더라도 운송비 등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자동차용 강판·후판을 공급받는 자동차·조선업계도 유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문제는 각 지자체 조업정지 처분 이후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업정지 처분의 핵심은 고로 브리더(안전밸브)에 대기오염방지 설비가 없다는 것인데, 전세계 어느 곳도 해당 설비를 갖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조업정지가 풀리더라도 당장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는 상황으로, 조업정지 처분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부와 지자체의 판단은 한국에서 고로를 모두 문닫으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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