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中 화장품 시장, '데이터'에서 해답 찾았죠"

이성웅 기자I 2019.04.25 05:15:00

데이터 기반 화장품 해외 유통…이소형 비투링크 대표
2014년 설립해 지난해 거래액 1000억원 돌파
지난해 말 中 데이터 솔루션 서비스 '온사이트' 출시
"정보 비대칭성 해소해 소비자 유리한 환경 만들 것"

이소형 비투링크 대표.(사진=비투링크)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소비자, 브랜드, 바이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150여개 제품을 중국,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유통하는 이소형 비투링크 대표의 포부다.

임직원 평균 나이 30대 중반. 서울 강남 비투링크 사무실은 여느 스타트업과 다를 바 없이 역동적이었다.

비투링크는 중국시장에서 K뷰티가 급부상하던 2014년 설립됐다. 브랜드를 만들어 중국에 진출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 대표는 유통을 택했다. 이 대표는 “브랜드 하나로 승부를 볼 수도 있지만, 전체 화장품 시장을 바꿀 만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여러 브랜드와 사업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그중에서도 유통 분야에 젊고 똑똑한 인력이 뛰어든다면 화장품 시장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국 △온라인 △역직구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집중했다. 초기엔 의류나 액세서리도 취급했지만 녹록지 않은 중국 의류시장 환경에 자본금의 3분의2를 소진하고 화장품에 집중하게 됐다.

특히 중국의 역직구 플랫폼 ‘쥐메이’와 역직구 판매를 진행해 설립 첫해에만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비투링크는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대다수 K뷰티 브랜드가 위기를 겪은 2017년에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엔 거래액 1000억원을 넘기고 올해부턴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들어갔다.

이 대표는 사드 보복 조치 당시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을 유통 체질 개선에서 찾았다.

그는 “현지에서 제품은 팔고 있지만 가격 정책 등 유통 구조를 제어하지 못하는 브랜드들을 도와서 재활성화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탄탄한 브랜드를 찾아가 함께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짰다”며 “유통은 진입장벽이 낮아서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만 사업을 해선 결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고 설명했다.

비투링크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든지, 전에 없던 시도를 할 때 위험부담을 고객 브랜드에 전가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워두고 있다. 2016년 인수한 화장품 브랜드 ‘스킨천사’를 첨병으로 활용한다.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스킨천사의 제품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그 결과를 토대로 고객 브랜드를 유통할 때 필요한 전략을 수립한다.

온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일부.(자료=비투링크)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투링크는 지난해 12월 IT 기반 데이터 솔루션 서비스인 ‘온사이트’를 선보였다. 4년간 유통사업을 해오며 쌓은 데이터의 정수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데이터를 매일 수집·가공해 이를 고객 브랜드사에 제공한다.

현재 중국 ‘티몰’, ‘타오바오’ 등 7개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유통하는 7만 4000여개 브랜드, 528만여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원재료가 풍부한 만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서 제공하는 대략적인 시장 자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자세한 데이터가 나온다. 제품의 현 위치부터 경쟁상품과의 판매량 비교, 채널별 판매 비교에 소비자 댓글까지 실시간으로 번역해 제공한다.

이 대표가 이러한 서비스를 구축하게 된 건 한국 시장의 기형성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화장품 시장은 면세 매출 의존도가 커 유통과정이 왜곡되기 쉽고 그마저도 유통사가 판매 데이터를 독점해 브랜드가 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서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데이터 분석은 필수다. 그래야 목표점을 정확히 잡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은 개별 브랜드에선 사실상 유통 관리가 불가능했다. 비투링크에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 운영 전반에 걸친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특정 브랜드에서 이벤트를 한다고 할 때 어느 채널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들여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데이터로 도출해내는 것이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 온라인에서 상시 박람회가 열리는 것처럼 브랜드, 바이어, 소비자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소비재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면 소비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고, 또 국가 간 정보의 비대칭도 없애 해외 바이어가 성장 가능성이 큰 국내 브랜드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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