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5층 룰' 재정비 착수… 강남 재건축 '기대반 우려반'

김기덕 기자I 2019.02.07 04:00:00

"자문단 꾸려 재평가 용역 추진"
市 "재건축 단지마다 주변환경 달라
2030플랜 ''높이 일괄적용'' 수정 필요"
발묶인 일반주거지역 조합들 기대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한강변 아파트 전경.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건축물 높이관리 기준 등을 규정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2030 서울플랜)’ 재정비를 위한 움직임에 본격 착수했다. 현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좌장으로 교수 등 외부 전문가, 시 산하기관 연구원, 시민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해 도시기본계획의 새 판을 짜기 위한 첫 회의를 이르면 이달 중 연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의 최대 관심사인 ‘35층 룰(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최고 층수 35층 제한)’ 재평가를 위한 외부 용역을 경쟁 입찰형식으로 발주할 계획이다.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인 일부 강남권 재건축 조합은 35층 규제 완화 없이는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입장이라 이번에 시의 정책 변화가 가능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市, 높이 규제 관련 별도 연구용역 발주

서울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최고 높이 35층 제한. 이 규정은 서울시가 2014년 마련한 법정 최상위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시 시는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원칙’과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을 마련, 한강변을 포함한 주거용 건축물 층수를 35층 이하(일반주거지역)로 제한했다. 초고층 건물이 일조권, 조망권 등을 독점하는 걸 막고 저층 건물과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함이다.

다만 서울 도시개발의 기본 틀인 2030 서울플랜은 5년마다 주거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타당성 등을 검토·정비하도록 돼 있다. 올해가 첫 재정비연한 기한이다. 전체 과제 중 높이관리 기준이 단연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서울시는 용도지역별로 층수 제한 높이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가령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최대 4층 이하,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 이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를 적용한다. 다만 박원순 시장 이후 첫 아파트 50층을 허용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사례와 같이 도심·광역 중심지 속한 일반주거지역은 상업·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 최고 50층 내외의 높이를 허용한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다만 아직 은마아파트, 압구정 재건축 등 일반주거지역에 속한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며 여전히 서울시와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현행 높이관리 기준의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하기로 했다.주된 내용은 일반주거지역 내 현행 기준(35층)보다 층수를 높일 수 있는 특정 건물을 선정하고, 이를 적용할 경우 해당 지역 내 일조·조망권 등의 문제를 시뮬레이션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높이 관리 기준은 각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고 주변 경관 및 시설, 재산권, 공공성 등이 복합하게 엮여 있다”며 “2030플랜 내 전체 연구과제로 묶기에는 사회적 이슈와 파장이 너무 커 별도의 연구용역을 통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높이 기준 변경에 촉각… “수정없으면 사업 무기한 연기”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의 높이 관리 기준 변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남은 서울 재건축시장의 최대어이자 1만여 가구가 몰린 압구정 아파트지구(6개 특별계획구역 내 24개 단지)는 용역 결과 이후 재건축 절차를 다시 밟는다는 계획이다. 압구정 전체 정비구역(총 면적 115만㎡) 중 가장 규모가 큰 3구역(36만187㎡·4065가구)은 관련 용역 이후 최고 49층 아파트 건립하는 정비계획안을 시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한강변 바로 앞 단지를 최고 높이 15층으로 짓고 단계별로 층고를 높여서 압구정역 1번출구 인근은 준주거지역로 종상향해 49층으로 건립하는 정비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미 강남구청도 2억원을 들여 획일적 층수 규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용역을 시작해 연내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시 내부에서도 재건축 규제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을)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장미아파트도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잠실주공5단지와 같이 용도지역 종상향을 통해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송파구 S공인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서울시가 초고층 재건축을 승인할 것으로 믿는 주민들이 많다”며 “아직 조합도 설립되지 않고 정비계획안 수립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시 계획 변경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서울시 높이 기준 변경할 때까지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S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는 “100층이나 50층을 올린다고 해도 결국 높은 부담금을 내는 건 조합원들인데 왜 서울시가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내년에는 서울도시기본 계획이 수정되지 않으면 박원순 시장이 물러날 때까지 사업을 연기하자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변화된 도시 여건을 반영해 서울 높이관리 기준 적정성을 따져보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히 사적 이익을 높여주기 위해 규제를 풀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주거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용도지역별로 정해진 용적률을 일부 완화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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