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에 187억달러(약 20조96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사업부문별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반도체부문 매출은 20조원을 밑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예측대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이 20조원 이하로 나온다면 2017년 2분기 이후 18개월동안 지켜온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잠시 인텔에게 내주게 된다.
인텔은 지난 2016년까지 세계 종합반도체(메모리·비메모리 포함) 시장 1위를 놓치지 않은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꾸준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와 메모리반도체의 슈퍼 호황에 힘입어 지난 2017년 인텔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종합반도체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연간 실적으로는 작년도 삼성전자가 ‘1위’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작년 4분기 매출이 18조~19조원 중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실적으로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왕좌도 삼성전자가 유력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 반도체는 이미 66조5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84조~86조원 중반대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해 연간 708억달러(약 79조36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까지 메모리 수요 둔화 지속…1분기도 인텔 우위 예상
문제는 올해도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왕좌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인텔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1분기에 160억달러(17조 9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발표했다. 연간으로는 715억달러(80조1515억원)를 예상했다.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삼성전자는 올해 시작부터 좋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요둔화가 이어지고 가격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업황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가 관건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업황회복 시기를 하반기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경쟁사보다 출하량을 늘리면서 1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폭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2분기에도 메모리반도체 실적은 개선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8일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1분기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약세가 이어지면서 실적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15조2000억원에서 16조8000억원 사이로 예측하고 있다. 예상치만으로도 인텔보다 뒤처진다. 연간으로도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매출이 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곳이 없어 3년 연속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앤드류 노우드 부사장은 지난 7일 “올해는 과거 2년과는 매우 다른 시장이 될 것”이라며 “메모리는 이미 하락세에 접어들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시작되고 있으며, 전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약점은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매출비중이 전년대비 3%포인트 높아진 8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이나 전장부품, 이미지센서 등을 육성해 D램·낸드플래시 중심의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7나노 공정에 진입했다. 또 6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에 파운드리 전용 공장을 짓는 등 비메모리 사업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8 코리아’를 개최한 데 이어 도쿄, 뮌헨에서도 파운드리 포럼을 연이어 열고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고객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