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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조세와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각종 부담금 산정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이 비전문가들 손에 의해 산정되고 있어 조사 오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매년 표준단독주택 가격의 조사·산정에는 한국감정원 소속 조사자 44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명 정도는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지만 나머지 약 300명은 비자격자다. 쉽게 말해 감정원에 입사해 공시 관련 부서에 배치된 공공기관 직원인 셈이다. 이들이 1인당 평균 500호씩 맡아 표준주택 22만호의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하고 있다. 작년 한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조사·산정에 117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이들은 이 업무만 하는 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산정에도 투입된다. 공동주택 약 1289만호를 550명이 조사한다. 2018년 조사 때는 1인당 평균 765개동, 2만3436호를 조사했다. 이 작업에는 총 17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표준주택과 공동주택 모두 조사·산정 작업이 전년도 10월 중순부터 해당연도 1월 중순까지 3개월간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한 대형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감정원에 소속된 감정평가사는 그 숫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외부법인 소속 평가사들에 비해 (감정평가) 경험이 많지 않다”며 “공시가격 조사·산정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감정원의 일반 직원들이고 이들은 지가변동률, 임대사례 조사, 오피스텔 기준시가 조사 등 인력 대비 양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원도 적은데 비자격자가 조사에 투입되고 있는 만큼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기관 업무기 때문에 평가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법에서 위임한대로 조사하는 것”이라며 “과거 전문자격자들이 조사해왔던 것에서 문제가 있던 것이 드러났고 이후 감정원이 업무를 가져와 현실화율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하나의 문제는 1차 조사·산정된 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한국감정원 스스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수험생이 자신의 답안지를 직접 채점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준지 공시지가의 경우 조사·평가를 통해 책정된 가격에 대해 소유자가 의견을 제출하거나 이의를 신청하는 경우 다른 법인의 감정평가사가 이를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의견청취와 이의신청 등의 부대업무는 한국감정원에서 진행한다. 조사·평가에 참여한 감정평가사는 공시지가 책정 이후에는 개입할 여지가 없고 제3자에 의해 검증이 이뤄지는 만큼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반면 표준주택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 직원이 조사·산정하고 그에 대한 의견이나 이의 역시 감정원이 접수해 감정원 직원이 검수하고 있다. 민간법인 한 감정평가사는 “조사자나 검증인이 같은 사람이거나 동일한 조직 소속이라면 의견이나 이의가 접수돼도 수용할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평가사가 조사하는 공시지가도 과거에는 이의신청 받아 해당 평가사가 검증했지만 이런 구조가 문제있다고 해서 다른 법인의 평가사가 검증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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