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 켜진 경제 정부 인식 안이하다
한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7월 일자리 증가 폭이 8년 6개월 만에 최저인 5000명에 그쳤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6% 하락하며 3월부터 5개월째 마이너스다.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이래 최장 기간이다. 한국은행의 8월 기업 경기실사지수와 소비자 심리지수는 둘 다 18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고용·투자·소비심리 등 모든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향후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개월 연속 하락하며 99.8을 기록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건 2016년 8월 이후 23개월 만으로 앞으로 경기가 나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고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여건은 엄중하다.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 신흥국의 금융 불안 위기까지 빚어지고 있다. 안으로는 조선·자동차산업 구조조정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고용 감소, 자영업 대란, 소득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대내외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우려할 정도다.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를 9개월째 연 1.50%로 동결한 이유다. 미국 금리와의 역전 심화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 하지만 고용·투자·생산·소비 등 각종 지표가 나빠지고 있는 실물 경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되레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 경제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청와대의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당·정·청은 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앞으로 소득주도성장 관련 정책의 속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건 경고등이 켜진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격이다. 원인 진단을 잘못하면 대책도 제대로 세우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오류를 인정하고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는 게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