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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유명 아이돌의 노랫말을 빌리자면 지난 달 18일 밤 주인공은 역시 ‘조성진’이었다. 건반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부터 마지막 타건까지 곡을 장악하더니 자유자재로 음악 위를 뛰어놀았다. 3개월여 만에 고국 무대에 선 ‘갓’(God)성진의 귀환이라 할만했다.
돌아온 지휘자 정명훈(64)과 클래식계 아이돌이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의 협연 얘기다.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1주년 기념 무대에서 정마에(정명훈의 별칭)와 젊은 거장이 들려준 베토벤의 ‘황제’는 명불허전이었다.
압권은 연주 초입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이 무대 위에 등장하자마자 점잖은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연령·성별·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꺄악!” “와~”하는 탄성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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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과 청중을 향해 번갈아 선보인 ‘아빠 미소’도 인상적이었다. 격려와 축하, 응원의 복합적 의미가 담긴 미소처럼 보였다. 정명훈은 커튼콜에서 단 2번 나와 인사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조성진의 성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이어온 덕이리라. 기존 ‘황제’가 화려하고 장엄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무대는 유려하고 부드러웠다. 음악을 유연하게 흘러 보내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탐구하는 모습은 그의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 앙코르 곡으로 들려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도 놓쳐선 안 될 무대였다.
스타 연주자인 만큼 공연 전후로 화제도 재생산해냈다. 공연 시작 전 로비 앞에 JTBC 손석희 사장이 등장한 것. 올해 초 조성진이 손석희 진행의 뉴스룸에 출연했던 인연으로 이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당일 표를 구한다’는 피켓을 든 팬부터 무대서 퇴장하는 조성진에게 선물을 건네려 했던 열성 팬도 눈길을 끌었다.
달라진 조성진의 머리스타일도 팬들 관심사였다. 이날 조성진은 이마와 귀, 목 뒤를 덮을 정도로 길게 머리를 기른 모습이었다. 타건할 때마다 휘날리는 머리칼은 2년 전 쇼팽 콩쿠르 때 모습을 연상케 했다. 나비 넥타이 대신 두른 긴 타이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장과 젊은 거장의 이번 재회는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이 국내에서 마지막 호흡을 맞춘 것은 2년 반 전. 조성진이 2015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후 협연할 예정이었으나 정명훈이 서울시향 감독직을 사퇴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날 연주곡인 베토벤 ‘황제’의 의미도 남다르다. 8년 전 앳된 중학생 조성진이 서울시향을 이끌던 정명훈과 처음 만난 곡이 ‘황제’였다. 이후 20여 차례 함께 무대에 올랐고, 둘의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최근 정명훈은 조성진을 두고 “재주 있는 친구들의 연주를 많이 들어봤지만 조성진은 놀랄 정도로 재주가 뛰어났다”며 “계속 발전하는 걸 보니 매우 기쁘다”고 했다. 조성진은 정명훈에 대해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많다.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는 정 지휘자가 주축인 된 프로젝트 악단인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OKO)가 맡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이 악장을 맡았다. 비정규적 악단치고는 좋은 합주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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