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밝힌 좌우명이다. 자기관리는 철저히 하되 다른 이에게는 관대하라는 뜻이지만 문 후보자의 경우 최대 현안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조직에도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문 후보자는 서울 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해 오는 24일 열릴 청문회에 대비하는 마지막 준비 작업을 했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기소 독점주의 완화 등 검찰개혁 과제에 대한 대응 논리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공수처 설립 위헌소지 있어”
문 후보자가 국회에 미리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살펴보면 검찰개혁에 있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분위기다.
문 후보자는 검찰개혁 5대 과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확보, 인권 존중 수사관행 정착, 의사결정 과정 합리화, 청렴성 강화, 조직문화 개선”이라고 답했다. 권력 분산과 조직 규모 축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응하지 못한 답변이라는 평가다.
공수처 신설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면서도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공수처가 입법·행정·사법에 속하지 않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으며 (기존 검찰 조직의)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 넘기고 수사지휘권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수사권 조정은 기관 간 권한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뒤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는 검사가 주재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라는 소신도 덧붙였다.
검찰 기소 독점주의를 깨야 한다는 지적에는 더욱 강경하게 맞섰다. 문 후보자는 “기소는 검찰의 본질적 기능이며 대부분의 국가도 기소 기능을 검찰로 일원화하고 있다”며 “현재도 기소와 관련해 항고·재항고 등 내부 통제장치와 재정신청 등 외부 통제장치가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헌법상 검사 영장청구 조항은 국민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라며 “이 조항이 삭제된다면 국민 기본권 보장이 소홀해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법무부 탈(脫)검찰화의 경우 “단계적으로 법무부에 검사 보임을 축소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동조했다.
그는 “다만 외부전문가 채용 시 공정하고 중립적인 공직관을 갖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외부기관 파견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검사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할 가치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 “검사동일체 원칙 유지해야”
답변서에는 검찰 감싸기로 볼 만한 대목도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삭제된 검사동일체 원칙 규정에 대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내부 이견이 발생할 경우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장 수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에는 “종합적인 인력 및 조직 진단을 통해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대검찰청 공안부 축소 의견에도 “공안사건 처리의 형평성 유지와 전문성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의 정치화를 꼬집는 질문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지만 공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대응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문 후보자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절차를 통과해 공식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 수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이었던데다 검사장 등 후속 인사 실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조국 민정수석과 박 장관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취임하면 검찰개혁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