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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 번질 불씨는 여전…광장 요구 다양화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 65만명을 포함해 전국 77만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여전히 적은 수는 아니지만 역대 최다 인원(232만)을 기록한 지난 3일과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집회 참석 인원(104만)에 비해 다소 줄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됨에 따라 ‘고비는 넘겼다’는 판단과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자’는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촛불 민심이 사그러들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수적으로 줄었다 해도 탄핵에 대한 합의가 약해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지금은 소강상태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대규모 촛불집회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요지부동인 박근혜 대통령과 탄핵 여부가 불확실했던 정치권의 상황 등 지금까지 국면이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랐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인원이 늘어났다”며 “압도적으로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헌재의 분위기나 특검 수사 등 새로운 위기감이 조성된다면 국민들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촛불을 자극할 수 있는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 ‘탄핵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버티기’에 돌입했고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 세력들이 재결집하고 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들도 이런 분위기를 틈타 본격적인 세결집에 나섰다. 50여개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촛불집회에 맞서 ‘맞불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를 외치며 헌재를 압박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정치지형이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여당은 물론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으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촛불 동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12월 31일은 ‘송박영신’(送朴迎新)의 날”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현 시국을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간’으로 평가하면서 연말까지 촛불집회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곧 새벽이 올 줄 알았지만 어둠은 아직 물러가지 않았다”며 “박근혜가 물러날 때까지 촛불은 계속된다. 광장의 민주주의는 더욱 단호해지고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진행동은 평일 저녁 광화문광장의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을 이어간다. 특히 31일은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자’는 취지에서 ‘송박영신’(送朴迎新)의 최대 집중의 날을 기획하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 ‘즉각 퇴진’ 외에도 황교안 권한대행 사퇴와 박근혜표 정책 폐지 등 전방위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지난 8차 촛불집회를 ‘공범 처벌·적폐 청산의 날’로 정한 주최 측은 △헌재의 신속한 탄핵 인용 △박근혜표 정책 폐지 △재벌 총수 구속 및 전경련 해체 △새누리당 해체 등을 촉구했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광장의 촛불은 사그라들 수 있겠지만 일상의 촛불은 더욱 더 커지고 확산 될 것”이라며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수준을 넘어 더욱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총선·대선 등 앞으로의 선거과정에서 민심들은 계속 표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