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201 서초구민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했다. ‘4·13 총선 후보자들의 면면을 아시느냐’는 질문에 여야 대결구도가 아닌 새누리당 경선 얘기가 나왔다. 서초을은 경선이 곧 본선인 여당의 텃밭이다. 예비선거가 더 뜨거운 이유는 그래서다. 양재1동에서 13년째 거주한 서 모(52)씨는 “정권을 잡은 힘있는 정당을 밀어줘야 한다”며 “야당보다는 새누리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친박vs비박…합종연횡 염두 비방전 자제
이날 서초문화원 제7차 정기총회가 열리는 행사장 앞에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먼저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이동관입니다.” 시민들의 손을 잡고 등을 쓸었다.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오자 서로 “어이구, 안녕하십니까”라며 인사를 나눴다. 정옥임 전 의원도 얼굴을 비췄다. 모두 서초을 예비후보다.
하나같이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강석훈 의원과의 본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선 1·2위 후보간 득표율이 10%포인트 이내면 결선을 치르게 된다. “결선에서 합종연횡을 위해 네거티브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 예비후보 측근은 귀띔했다.
무게 중심이 경선에 있다 보니 지역유세 보다는 선거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당원명부를 보고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에게 전화를 돌리기 위해서다. 구도상으로는 친박(親朴·친박근혜)인 강 의원 대 이 전 수석·박 전 청장·정 전 의원 등 비박(非朴) 각축전이다.
◇이동관·박성중·정옥임 “결선은 내가 간다”
이 전 수석은 구민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28년 동안 서초에서 살았고 국정의 중심인 청와대에서 5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면서 “양재동 화훼단지, 서초동 정보사 이전 부지 개발, 방배동 복개천 개발 등 국책사업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꼭 성사 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친이명박계 대표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계파대표를 뽑는 게 아니다. 지역민들은 존재감 있는 인물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국가대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시민을 볼 때 마다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이 전 수석은 “책임당원에서 현역에 비해 밀리는 부분을 극복하려면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보다 내가 (강 의원과) 결선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 한 통을 받은 그는 “집 사람이 내곡동 상가를 돌다가 원지동에서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다. 요즘 둘째딸과 막내아들이 모두 저를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강남대로에서 박 전 구청장을 본 한 시민은 “박 구청장님, 꼭 당선 되십시오”라며 되레 허리를 굽히며 악수를 청했다. 박 전 구청장은 “지역주민과의 친숙도는 내가 단연 앞선다”고 했다. 이어 “이 지역에는 학교나 사무실 등 빈공간이 많은데 서초의 고급인력, 대기업과 연계한 창업벨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무실에는 김무성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는 “대표 취임 1주년 행사 때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국민공천으로 주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지역민들은 의연하게 소신대로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을 갈구하고 있다”면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의정경험을 쌓았고 공공기관장으로 조직을 관장한 만큼 계파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위해 일해온 내가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어 “의원 정수 축소와 국회 정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소신의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강석훈, 본선 고민…김기영 “악전고투”
서초구 반포대로 45 명정빌딩 4층. 강 의원은 구민회관을 방문한 뒤 곧바로 지역사무실로 향했다. 지역 민원을 듣기 위해서다. 국회 의사일정이 없는 날에는 지역구 관리에 한창이다. 강 의원은 “오늘은 탁구교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을 했고 필리버스터 때문에 본회의장에서 당번도 서고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경선보다 본선이 더 고민이다. 서초을에 해당하는 내곡동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선 데다 서초동 재건축 탓에 여당 텃밭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서초을은 더이상 여당 강세 지역이 아니다”며 “경선에서 후보들끼리 상처를 주고 본선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상대진영에서는 지역위원장인 김기영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섰다. 그는 “악전고투 중이지만 본선에서 1% 내외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관련기사 ◀
☞ [격전지를 가다⑧]호남발 野권 분당 태풍 서울 광진갑에 불어 닥치다
☞ [총선 격전지를 가다⑥] '서울 서대문갑' 우상호 vs 이성헌 최종 승자는?
☞ [총선 격전지를 가다 ⑤]서울 마포갑 노웅래 3선 도전에 안대희 강승규 설욕전 나서
☞ [총선 격전지를 가다④]'정치1번지' 서울 종로...‘재기냐 수성이냐’
☞ [총선 격전지를 가다③] 대구 수성갑·동구을..차기 대선 가늠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