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신용위험평가 `C`등급 위기…매각 구체화될듯

김영수 기자I 2015.11.16 05:40:00
[이데일리 김영수 김도년 기자] 오는 12월중 발표될 예정인 대기업신용위험평가에서 현대상선이 ‘C’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등급을 받게 되면 채권단 주도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조만간 제시할 새로운 자구안의 실효성 및 현대상선의 향후 영업활동 등을 감안해 워크아웃대신 자율협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현대그룹의 자체적인 사전적 구조조정보다 구속력 있는 경영이행약정(MOU)을 채권단과 체결하고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게 되는 셈이다.

◇대기업신용위험평가 기준점수 낙제점 예고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에 이달 중순까지 대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토대로 12월 20일 전후로 대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대기업신용위험평가는 부채비율을 중심으로 구간별(200% 미만부터 400% 이상 8구간)로 나눠 영업이익률(수익성), 이자보상배율(채무상환능력), 총차입금/자기자본, 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총차입금(재무안정성), 현금성자산/유동부채(유동성) 등 5가지 항목으로 점수를 내 재무구조를 평가한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그룹계열은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증권 매각 실패에 따른 후폭풍으로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태다. 매각 등을 통해 현대상선을 그룹에서 떼놓지 않으면 그룹 전체가 무너질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금융감독원 및 한국신용평가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51.9%에서 올 상반기에는 878.20%으로 뛴 상태다. 이자보상배율은 -0.5로 이미 계속 기업으로서의 임계치를 넘었다. 영업이익률 -2.4%, 총차입금/자기자본 600.6%, 에비타/총차입금 0.9%, 현금성자산/유동부채 6% 등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1조 433억원, 회사채가 1조 4768억원에 이른다.



이에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회사채 신용등급 ‘BB’급인 현대상선의 등급전망을 ‘하향검토’로 시사한 상태며 이번 채권은행들의 대기업신용위험평가에서 한진해운과 함께 ‘C’등급(워크아웃)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정량적지표(재무제표)만 보면 D등급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2013년말이후 진행되고 있는 자구노력 등을 감안해 C등급이 유력해 보인다”며 “한진해운의 경우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612억원으로 흑자를 실현했고 대한항공이 지원할 수 있다는 점과 선박매각으로 유동성 확보 노력을 지속하는 점 등을 감안해 D등급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도 “현대상선은 5가지 항목에 대한 기준점수가 30점대 안팎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한계기업(C등급 이하)으로 평가된다”며 “이는 한진해운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말 B등급을 맞아 산업은행과 사전적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개선이행약정(MOU)를 체결한 현대상선은 이번 평가결과에서 C등급을 맞을 경우 워크아웃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상 워크아웃에 돌입할 당시 부채비율이 400% 이상인 기업들은 기준점수 80점 이상을 맞아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은 채권단 주도의 험난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지분 담보 및 자회사 지분 매각 등으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연내 회사채신속인수제도(P-CBO) 종료 등으로 대출금뿐 아니라 만기도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협약채권자들이 비협약채권(회사채, 상거래채권 등)을 감당할 수준일 경우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을, 그렇지 못하면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구안 실효성 감안 자율협약 가능성..현대상선 매각 대안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시할 예정인 새로운 자구안의 실효성에 따라 현대상선이 C등급을 받더라도 워크아웃을 모면할 가능성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될 경우 당장 현대상선의 모든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워크아웃 대신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모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이에 현대그룹이 내놓을 자구안이 주목된다. 현재로선 위기의 진원지인 현대상선을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현대상선을 매각함으로써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증권을 거둬들이는 시나리오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는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22.4%), 현대아산(33.79%), 현대경제연구원(35.35%), 현대유엔아이(27.28%), 현대종합연수원(68.48%) 등 6개 계열사의 지분을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인수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6개 계열사의 지분가치는 모두 합쳐 약 6000억원안팎 수준이다.

계열사 매각 금액이 고스란히 현대상선으로 유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현대상선의 유동성은 급격히 개선된다. 이렇게 되면 매각 측 입장에서도 인수에 긍정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수대상이 굳이 한진해운이 아니더라도 제3의 인수희망자를 물색할 수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현 재무상태 및 업황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인수후보가 없다”며 “따라서 체질개선을 통해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도 있으므로 대기업신용위험평가 발표 전 가부가 정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