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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주최한 해외 여성리더 초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장씨를 출국 직전 용산 미군기지 부근 카페에서 만났다.
장씨는 한국 공직사회의 권위주의 문화부터 질타했다. 그는 “한국 공직사회에서는 외부 인사를 초대해 병풍처럼 세워 놓고, 기관장 자신의 치적만 주로 얘기하는 행사가 많다”면서 “대부분의 행사 시간을 초대 받은 사람들에게 배정하는 미국과 달랐다”고 말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관용차 문을 열어주는 도어맨과도 격의 없이 대화했다고 한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원탁에서 직원들과 마주 앉아 ‘좋은 말만 듣고 싶지 않다, 문제점을 얘기해달라’며 쓴소리를 경청했다고 한다. 장씨는 “미국의 개인주의는 개개인에 대한 존경을 뜻한다”며 “높은 사람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공직사회의 접대·선물 관행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모 지방자치단체장 사무실에 갔는데 은행장에게 받은 난초 화분이 있더군요. 승진 기념으로 받은 거라고 하더군요. 미국 공직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저는 무기업계 관계자와 밥도 안 먹습니다. 혹 밥 먹을 일이 생기면 더치페이를 해요. 직원들끼리는 크리스마스, 생일에만 서로 선물을 하는데 보스(상사)는 직원들에게 20불 이하, 직원은 보스에게 10불 이하의 선물만 할 수 있어요.”
장씨는 미국 공직사회의 가혹할 정도의 ‘엄격한 처벌 시스템’이 부정부패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 보잉사에 딸의 취업청탁을 한 공군 간부,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펜타곤 공무원 모두 쇠고랑을 찼다고 한다.
장씨가 미 공직사회에서 고위직에 오르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공직에 임용되기까지 1년간 100여건의 이력서를 제출할 정도로 고군분투했다. 임용 뒤에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수십 번식 영어 테이프를 반복 청취하면서 영어와 씨름했다. “든든한 빽도, 학위도 없었다”고 장씨는 회고했다.
장씨는 전업주부였던 시절, 2년제 대학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게 밑거름이 돼 미국계 방위산업 업체인 SAIC에 인턴으로 입사했고, 이후 경력직으로 독일 주둔 미군육군사령부에서 일했다. 장씨는 펜타곤에서 근무하던 때에도 시러큐스 대학 등에서 공부를 계속했다. 지난 2월에는 미 재무관리사 자격증(CDFM)까지 땄다.
“펜타곤에는 전문성 있는 60~70대 공무원이 적지 않습니다. 제 나이는 아직 몸이 피곤할 때가 아닙니다. ‘여성은 집에서 애나 키워야 한다’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60대에도 팔팔하게 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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