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개성공단 관련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이하 남북공동위)가 12시간가량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1년여만에 열린 남북공동위 회의이자, 올해 첫 남북 회담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았으나 양측은 만나서도 입장 차이를 확인한 것 외에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남북 공동위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 발전기획단장은 17일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북측은 출퇴근 도로 등 기반시설 보수에는 관심을 보였으나 임금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며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등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회피하는 등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 만나서 다시 확인한 남북간 입장차이… 임금문제 이견 커
양측은 핵심 현안인 임금문제에서부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임금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여기서 양측의 입장이 선명하게 대립하면서 다른 문제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북측은 지난해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과 올해 2월 통보한 북측 근로자 최저임금 5.18% 인상안이 북한의 ‘주권 사항’이라며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우리측은 북한의 이러한 조치가 ‘개성공단은 남북이 협의해 운영한다’는 남북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강조하고 남북간 협의를 통해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측 대표단은 현행 규정상 북측 근로자 연간 임금 인상률 상한선인 5%를 높일 수도 있다는 유연성 있는 자세를 보였으나, 북한은 고유한 주권 사항이라는 기존 입장을 양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이날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것은 물론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인 3통 문제가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상민 단장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3통 문제가 중요하고 이행을 위해 북쪽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북측은 5·24 조치 등을 거론하면서 3통 문제 이행에 진전이 없는 것을 우리쪽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밝혔다.
◇ 공동위 7차 회의 제의했으나 北 호응 안 해
이날 양측은 오전에 전체회의 1회, 오후에 공동위원장(수석대표)간 회의 4회 등 총 다섯 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 수석대표간 회의에서 우리측은 남북공동위 7차 회의를 제의했으나 북측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차기 회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이 단장은 “차기 회의 일정에 대해 우리는 하루속히 회의를 열어 논의 계속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며 “구체적 일자 합의하지 못하고 회의를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측은 차기 회의 날짜와 관련 (북측이) 편리한 날짜 등 유연한 태도로 북측에 요구했으나 상대편은 ‘묵묵부답’ 이었다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양측이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거나 추가 회담 날짜를 잡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면서도 “13개월만에 남북이 직접 만나서 여러 현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진행했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이날 회담에 대해 “안 한 것보다 못했다. 앞으로 이런 회담은 할 필요 없다”며 “공동위가 정말 불필요한 기구라는 것을 오늘 신중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첫 회담이 긴 협의에도 작은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한데다, 북측이 공동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개성공단의 발전적·안정적인 운영과 남북 관계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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