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모든 구조·구급·소방 차량에 증거 수집용 블랙박스를 설치할 것이라는 게 국민안전처의 계획이다. 이렇게 얻은 증거를 토대로 양보 의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의 번호를 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물린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만사가 허사가 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는 응급구호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을 마련하고도 당장 과태료 부과가 엄정하게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안전처 내부의 견해가 미리부터 대두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로교통법령의 양보의무 위반 기준이 심각한 진로방해를 가릴 만큼 명확하지 않은 탓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껏 이토록 애매한 법령을 갖고 응급구호 차량을 출동시켜 왔다는 것인지 되묻고자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응급차량이 정말로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서만 사이렌을 울리며 차량 양보를 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에 늦은 연예인들을 공연장에 태워가는 용도로 동원됐던 과거의 그릇된 관행이 다시 벌어진다면 과태료를 걷겠다는 명분도 옹색해질 뿐이다. 소방차의 화재 현장 접근을 가로막는 소방도로 주차행위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마땅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