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통신요금 대비 최대 50%까지 저렴했던 알뜰폰(MVNO)의 위축은 물론,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의, 제4이동통신과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의 국내 통신시장 진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신3사가 파격적인 요금인하를 단행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갤럭시S6나 G4 같은 최신 스마트폰에대한 지원금도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출고가 인하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이통사들로선 요금을 내리는 만큼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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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고위 관계자는 “2만 원대로 음성 무제한을 제공하면 당장 월 2000~3000원 정도의 가입자당매출(ARPU) 하락이 예상된다”면서 “여기에 지원금에 상응하는 20%요금할인(선택 약정 할인)까지 고려하면 그 수치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음성 공짜 수준, 데이터 중심 과금’으로 가라고 행정지도했지만, 5개월 여 동안 버텨왔다. 그러다 KT가 전격 수용하면서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발표하자, 나머지 회사들도 따라오게 된 것이다. KT는 7일 국내 최초로 월 2만 원대 요금제부터 음성전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월 5만9900원이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놨다.
강국현 KT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월 10만원에 달하던 음성데이터 무제한을 월 5만 9900원에 쓸 수 있다”면서 “한 달동안 데이터를 당겨쓰고 밀어쓰는 ‘밀당제도’로 데이터 요금이 추가로 인하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 요금제대로라면 KT는 막대한 손해를 보지만, 미래 수익을 보고 과감한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
미래부가 이달 중 허가기본계획을 발표하는 제4이동통신은 월 기본료 3만 원에 모바일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 이통3사의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수준인 월 5만9900원보다는 저렴하나, 예전보다 격차가 줄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구글은 100달러(12만9540원)를 내야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지만,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5만9900원에 같은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글로벌 공룡들도 경쟁력을 잃는다.
특히 KT는 전 요금제에 스카이프나 다음카카오(035720)의 보이스톡 같은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를 허용하기로 했고, 이 요금제 역시 ‘지원금에 상응하는 20% 요금할인’이 가능해 실제 이용수준은 더 저렴해질 전망이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알뜰폰이나 단통법, 제4이통, 구글 프로젝트 파이 등을 모두 집어 삼킬 것”이라면서 “이통사 입장에선 마케팅 비용을 더 줄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세대 망투자 여력을 손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이후 통신요금 절감이 실제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다만 2020년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위해선 통신사들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를 고려한 중장기 통신정책 방향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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