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정부가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이 민간에서 외면받고 있다. 다주택자 등이 임대소득 과세 및 세제 혜택 부족 등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여전히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집값 하락 우려로 집을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거나 투자처를 다른 상품으로 이동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136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여전히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아 임대차 제도권에서 벗어나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2년 기준 공공·민간 임대주택은 161만6000가구로 전체 주택(1840만 7800가구)의 10%가 채 안된다. 이 중에서도 최소 5년간 의무 임대를 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매입 임대사업자는 32만6000가구에 그치고 있다. 올해 1월 도입한 준공공임대사업으로 등록된 주택은 현재까지 256가구가 전부다. 반면 전·월세 주택 약 769만가구는 임대주택으로 등록조차 하지 않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이다.
이들을 임대시장 제도권 안으로 유인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지난해 나온 4·1 부동산대책 때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는 데는 제도에 맹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임대사업 등록 가능한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여야 하고,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도 부담해야 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임대사업자가 되면 그동안 물지 않던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도 함께 발생한다”며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팔고 수익형 부동산에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재산세 감면 방안과 달리, 소득세·법인세 감면(20%→30%), 양도세 면제(3년 내 구입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심리가 증폭되고 있다”며 “정치권은 세제 완화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