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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의 주인은 이해욱(75) 전 KT 사장이다. 제19대 체신부 차관과 2대 한국통신(현 KT) 사장, 한화그룹 정보통신회장이란 화려한 명함이 있던 자리엔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여행 책자들과 세계지도, 지구본이 놓였다. 은퇴 후 그에겐 전 세계 193개국을 여행한 최초의 한국인, 이상적인 은퇴 생활 롤모델 1위라는 수식어가 추가됐다. 그는 최근 여행경험을 바탕으로 ‘이해욱 할아버지의 지구별 여행기(두베)’를 출간했다.
“인생 1모작이 사회와 경제, 국가를 위해서였다면 2모작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저는 학창시절부터 막연히 나라 밖 세상에 대한 꿈을 꿨습니다.”
이 전 사장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오래전부터 ‘여행’이란 단어였다. 남들이 입시에 매달릴 때 이 전 사장은 서울에서 두 곳밖에 없는 영어회화학원의 문을 두드렸고, 유학자격시험 연령이 갑자기 고등학교 졸업에서 대학교 졸업으로 바뀌어 할 수 없이 한국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도 외국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졸업 후 공무원이 됐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해외출장이 잦았던 체신부에 발령받았습니다. 덕분에 은퇴 전까지 40개국을 다녔어요. 모든 게 흑백이던 시절, 해외에서 본 총천연색의 풍경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다만 혼자만 즐기는 여행이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부인 역시 해외출장의 기회가 많았지만 ‘공무원의 아내’라는 이유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대신 두 사람은 은퇴 후 함께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단단히 약속했다.
결국 예순에 가까운 나이, 부부는 배낭을 둘러맸다. 유럽을 시작으로 중남미와 태평양, 아프리카까지 섭렵했다.
“중남미국가인 베네수엘라의 호텔방에는 ‘직원이라며 호텔 방문을 두드려도 절대 열어주지 말고, 경찰이라고 해도 믿지 말 것’이라는 경고사항이 적혀 있었어요. 알고 보니 치안이 너무 불안해 한 시간에 한 명씩 강도로 죽어나가는 곳이더라고요.”
국경지역에서 괴한에게 붙잡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패혈증으로 39도까지 열이 올라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지만, 여행이 주는 감격은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도 넘쳤다.
그는 은퇴자들에게 배낭여행을 적극 추천했다. “보통 퇴직을 하면 찾아주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우울감에 빠지곤 하는데 이럴 때 배낭여행은 거추장스러운 의식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에요. 아내와 손잡고 걷고, 길거리 음식을 사먹는 등 체면을 던지니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은퇴 후 여행이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싸고 좋은 여행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또다른 여행을 꿈꾼다.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이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언가 모험을 해야 한다면 최적의 시기는 바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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