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실무사령탑인 김용희(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실장은 정치권의 투표참여 논란과 관련, “투표율 저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인터넷·모바일 투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여야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투표시간 연장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이른바 전자투표제 도입은 검토할만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다만 “투표부정이나 해킹의 위험성 등을 감안할 때 당장 공직선거에 도입하기는 힘들지만 IT에 대한 관심과 우리나라의 선진적인 선거관리 기법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국민의 참정권 확대와 관련, “내년부터 통합선거인명부제도가 도입된다”며 국민적 관심을 당부했다. 통합선거인명부제는 선거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나 부재자신고 없이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간(금·토요일) 읍·면·동마다 설치하는 부재자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아울러 대선관리와 관련, “유권자 중심의 선거에 초점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며 “투표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제도가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유권자들도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서 선거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과천 중앙선관위 사무실에서 60여분간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투표시간 연장 여부가 여야 정치권의 최대 쟁점인데?
▲ 여야간에 너무 첨예한 이슈다. 아무리 객관적인 이야기를 해도 유불리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중립성이 최고의 가치다.
-대선 투표율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투표율은 선거의 종류, 정치적 상황, 유권자의 관심,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 정책이슈 등의 함수이다. 대선 투표율은 며느리도 모른다고 봐야 한다. 지난 대선은 63% 정도로 87년 대선 이후 최저치였다. 이번은 지난 대선보다는 높아져 70% 안팎이 예상된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방송·신문 등 언론매체와 인터넷·모바일을 통한 홍보를 강화하고, 투표일에도 근무하는 비정규직 등의 선거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 소속직원의 선거권 행사를 보장하도록 적극 요청하고 있다.
-한국은 IT강국인데 모바일·인터넷을 활용, 투표율을 높일 수 없나?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다. IT, 소프트웨어, 통신 등 어느 나라보다 선거 인프라가 완벽하다. 모바일·인터넷 투표는 장소·시간에 구애 받지 않아 투표편의성에서 우수하다. 다만 대리투표, 투표비밀 침해 등 부정의 위험성과 정보화 소외계층의 거부감, 해킹의 위험성 등 기술적 문제점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공직선거에 도입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선거관리 선진국이고 국민들의 IT에 대한 관심과 수준을 볼 때 앞으로 인터넷·모바일 투표 도입이 바람직하다. 선관위는 2011년 소규모 인터넷·모바일투표 프로그램을 시범 개발해 자체 모의시험 등을 거쳐 올 상반기에 소규모의 민간선거를 2회 지원했다.
-낮은 투표율은 항상 논란인데 국민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획기적 방안은 없나?
▲내년 4월 재보선부터 통합선거인명부제도가 도입된다. 선거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나 부재자신고 없이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간(금·토요일) 읍·면·동마다 설치하는 부재자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있다. 전국 어디서나 사전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투표율 향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권시 벌금을 도입하는 투표의무제나 투표참여자를 포상하는 일종의 로또복권 방식을 검토해본 일이 있는지?
▲ 의무투표제를 도입하면 상당한 투표율을 기대할 수 있다. 호주가 2010년 8월 하원의원 선거에서 93%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한 것도 의무투표제 덕분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자유선거의 원칙 또한 헌법상 선거의 원칙으로 해석하고 있어 의무투표제 도입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 투표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는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 투표참여자가 국공립유료시설(1487개소)에서 1회 2000원 이내의 이용료를 면제·할인토록 실시했다. 하지만 대상시설의 편중으로 세대·지역·지자체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서 투표참여에 대한 유인요소로서의 매력을 상실했다. 일부에서 투표참여자를 대상으로 거액의 상금을 지급하는 로또복권 방식은 신성한 주권을 희화화하고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선거가 실종되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권자가 공약에 무관심한 것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 탓이다. 감언이설로 유권자를 속이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공약과 정책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 선관위는 후보자의 선거공약 작성을 위해 매니페스토 설명회를 개최하고 대선 정책아젠다를 제공했다. 아울러 공약은행을 통해 제시된 유권자의 희망공약을 모아 후보자와 정당에 전달했다. 또 후보자 10대 공약과 주요 정책의제에 대한 입장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유권자가 합리적으로 후보를 선택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재외선거 투표율이 너무 낮아 아쉽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재외선거인 등록·신고자수는 총 22만여명으로 추정 선거인수 대비 10.0% 정도로 저조하다. 우편투표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대리투표 등의 우려도 현실적 도입이 쉽지 않다. 재외국민의 투표참여가 쉽지 않은 것은 시간·비용의 문제다. 등록신청의 편의 측면에서 영구명부제를 도입하고, 투표편의 측면에서는 공관외의 장소에 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프로필] 김용희 선거실장은 누구?
김용희 선거실장은 중앙선관위 내에서 손꼽히는 선거관리 전문가로 이번 대선의 실무를 총괄하는 야전사령관이다.
1957년 서울 강서 태생으로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선관위 지도과장, 전자선거추진단장, 전라북도선관위 사무국장, 정당지원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치관계법과 선거제도에 대한 폭넓은 식견으로 대안제시와 설득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지난 2004년 이른바 클린선거법 개정과정에 실무적으로 참여, 미디어선거 활성화, 과태료 50배제도 도입, 예비후보자제도 신설 등의 정책제안을 통해 선거문화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중앙선관위 전자선거추진단장를 맡아 선거관리 업무 혁신에 기여해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