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수도권에 집 3채를 보유하고 있는 김 모 씨(55)는 최근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 중이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 요건이 완화돼 김씨도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세제상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추진하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더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주택자도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다주택자에 적용된 양도세 중과 제도도 폐지되면 김씨와 같은 다주택자의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여러 세제상의 혜택을 받지만 5년간 매매가 금지돼 매각 시점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로 주택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되면 매각 시점에 따라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사는 "가령 3년 뒤 매각을 계획한다면 종전에는 양도세 중과 배제를 받기 위해서라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게 더 유리했지만 앞으로는 매각 시점을 고려해 어떤 선택이 본인에게 더 유리한지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임대사업자 등록 혜택은?..‘재산세·종부세·양도세 중과 배제’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 주택 보유 시 내야 하는 재산세는 면적별로 감면되거나 면제되고, 종합부동산세는 전액 면제된다. 또 매입한 임대주택을 양도할 때는 중과되지 않고 일반세율(6~35%)이 적용되며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가능하다. 본인 거주 주택은 비과세 혜택을 받고, 전용 60㎡ 이하 주택 취득 시 취득세는 전액 면제된다.
그렇다면 김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얼마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을까? 김씨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고, 김씨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전용 149㎡)이 5억원이고, 나머지 주택 A와B(전용 60㎡) 모두 각 3억원일 경우 김씨는 재산세로 229만2000원, 종부세 96만원 등 모두 325만2000원을 내야 한다.(표 참조)
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본인 거주 주택을 제외한 임대주택 A와B의 재산세는 절반이 감면돼 59만4000원으로 낮아진다. 종합부동산세는 96만원 모두 면제된다. 따라서 김씨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169만8000원을 내야 한다.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김씨는 155만4000원을 절세할 수 있는 셈이다.
단, 여러 혜택이 있는 만큼 의무도 있다. 먼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5년간 의무적으로 주택을 임대해야 한다. 만약 주택을 매매하면 종전에 받았던 세금 혜택은 모두 추징당한다.
◇ 매각 시점 고려해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 판단
하지만 지난 8월 세법 개정으로 다주택자도 앞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정부는 지난 7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재산세, 종부세 감면 혜택 등으로 좁혀진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면서 절세 효과도 누리려면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낫다. 반면 똑같이 임대사업을 하면서 자유롭게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면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를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세제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원종훈 세무사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본인 거주 주택에 대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1가구 1주택자 비과세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 가장 비싼 주택은 마지막에 처분하는 게 절세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아직 장기보유특별공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법 개정 사항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추후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